주택은행의 뉴욕증시 상장은 의미가 적지 않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국제적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주택은행으로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지만 국내 금융계에 주는 신선한 충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94년 포철과 한전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이후 SK텔레콤 한국통신에 이어 다섯번째 일이며 금융기관으로는 첫 사례로 기록된 만큼 제조업체는 물론 다른 금융기관들도 주저없이 뉴욕증시의 문을 두드려보기를 권해볼 일이다.

물론 주택은행이 뉴욕증시에 상장되었다고 해서 당장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

그동안 런던 등 해외 금융시장에서 분산거래되던 글로벌 주식예탁증서(GDR) 5천만주를 뉴욕증시에 일괄 상장한 데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새로이 자본이 유치되는 것도 아니고 국제 투자가들이 갑작스레 주택은행 주식을 더 사겠다고 몰려드는 것도 아닐 것이다.

주택은행으로서는 오히려 국제 투자가들로부터 제기되는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새로운 부담만 떠안게 됐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뉴욕증시의 엄격하기로 유명한 상장기준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택은행 자신은 물론 국내 금융기관 전반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는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일부 제조업체가 상장 기준을 맞추지 못해 뉴욕행을 포기했던 전례가 있었고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후 국내 금융기관의 회계처리에 대해 국제적인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한다면 주택은행의 상장 기준 통과는 스스로 부실 금융의 딱지를 벗겨낸 하나의 성공사례가 되었다고도 하겠다.

미국 회계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한 결과 이익관련 지표들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점은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ROE(자기자본 순이익률)가 한국기준의 26.15%에서 34.61%로 껑충 뛰어오른 것은 국내 금융업계와 회계업계,그리고 당국이 모두 깊이있게 비교,연구해볼 대목이다.

한가지 우려할 점은 주택은행의 이번 뉴욕 진출로 2차 금융구조조정의 핵심 과제로까지 부상해있는 합병 또는 지주회사 설립 구도가 흔들리고 그 결과 금융구조조정 추진일정에 만에 하나 차질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이 문제는 주택은행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일이고 또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지만 자칫 월가의 증권 투자가들이 국내 금융산업 재편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나서지나 않을지 그 점은 걱정거리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