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대책''을 확정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니 걱정이 앞선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어려운 고용여건을 감안할 때 이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법개정이 현재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금융기관은 물론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많은 관련산업에도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법개정 방향은 근로계약기간을 연장해 재계약하면 해당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원으로 대우하도록 하고,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자동차영업사원 골프장캐디 등 특수한 고용관계를 가진 종사자들에 대해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개념을 도입해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한 건설 일용 근로자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하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하고 퇴직공제제도 가입대상도 기존의 공공건설규모 1백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두드러진 노동시장 변화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비중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점이다.

임시직과 일용직을 포괄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수가 7백만명에 달해 전체 임금근로자의 절반이 넘는 등 고용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고용구조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문제가 부각되는 것은 어느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법개정을 추진하기에 앞서 먼저 이해당사자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이해득실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급여외에도 고용보험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을 합치면 인건비 부담이 과거에 비해 훨씬 커졌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 정규직 고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업무체계를 핵심업무와 주변업무로 분리하고 주변업무는 외주를 주는 경향이 전세계적인 추세이며 정보화혁명 탓으로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는 등 근무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무시한채 정부가 법개정을 강행한다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대량 해고되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2단계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금융기관들의 경우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올해들어 실업률이 4%대로 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개선되던 고용사정이 급속히 나빠질 것이 뻔하다.

따라서 책임있는 정책당국이라면 근로자 권익보호라는 명분보다는 시장현실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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