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로 접어들면서 국민의 돈을 보호하는 은행 메커니즘은 상당히 세련되고 정교해졌다.

하지만 19세기와 마찬가지로 21세기에도 은행의 주업무는 여전히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도모하고 경제성장과 번영에 기여하는 것이다.

오늘날 은행이 사회에 제공하는 혜택의 상당 부분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레버리지 비율을 사용하는 데서 기인한다.

여신과 수신이라는 형태의 레버리지를 통해 은행은 금융 조정(중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은행은 돈을 저축하는 이들에게 여러가지 다른 투자 루트를,돈을 빌려가는 이들에겐 더 넓은 범위의 자금출처를 알려준다.

그럼으로써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것이야말로 오래전부터 미국 금융시스템의 발전을 지속해왔던 조정과 레버리지의 분명한 가치다.

그러나 레버리지는 은행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악역도 담당한다.

또 금융 감독(통제)을 강화함으로써 경제의 안정성을 조절한다.

이러한 통제는 감독당국뿐 아니라 경영진과 시장에 의해서 이뤄진다.

예전에는 금융 감독의 역할은 시장의 몫이었다.

초기 은행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감독은 굉장히 미약한 것이어서 단지 은행이 비축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어음을 제대로 막고 있는지 등을 체크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점차 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금융 감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최근 금융계는 급격한 기술적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금융 감독과 통제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미 지난 15년 동안 기술 발전은 경제 전반과 금융 상품의 범위와 효용에 변화를 초래해왔다.

게다가 이러한 ''금융 혁신''에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관련 감독당국도 이같은 추세에 계속 발을 맞춰야만 하는 지상과제를 안게 됐다.

새로운 기술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은행가들의 개인 역량도 많이 늘었다.

대출자의 돈을 갚을 수 있는 잠재역량을 꿰뚫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리스크 프리미엄,내부 위험분류(internal risk classification)와 조정 능력도 상당히 좋아졌다.

그러나 은행가들은 정보 분야에서 늘 누려왔던 우위를 상실해 가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보다 많은 정보가 일반 대중에게 노출,공개되기 때문이다.

은행끼리도 마찬가지다.

한 은행이 어떤 정보를 독차지하기는 거의 힘들다.

대형은행의 경쟁업체들이 고속 컴퓨터의 도움으로 채무자와 금융시장에 대해 똑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정보,특히 불리한 정보를 숨김으로써 과거의 영업 방식을 답습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행위는 어리석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게 뻔하다.

이제는 금융시장이 ''의심스러운'' 정보를 제공하는 은행들을 점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은행들은 신뢰를 잃어 큰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은행법이 대대적으로 정비됨으로써 은행감독의 틀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새로 통과된 법은 은행과 보험,증권 등을 엄격하게 분리했던 대공황 시절의 ''칸막이''를 없애 버렸다.

감독당국은 이외에도 새로운 투자상품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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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최근 미 은행가협회(ABA) 연례총회에서 한 연설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