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호 < 제일투자신탁증권 대표이사 shhwang@cjcyber.com >

생각의 속도….

요즈음 누구나 얘기하는 새 천년의 화두다.

새 천년의 세상은 그만큼 변화가 빨라 모두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만큼이나 빨리 살아온 사람들이 있을까.

지난 20년만 돌이켜 봐도 그야말로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세계 사람들도 이제는 우리 문화를 ''빨리 빨리'' 문화라 한다.

약간은 쑥스럽기도 한 우리의 생활 방식이다.

빠른 것이 나쁠 것은 없지만 모든 것이 생각의 속도만큼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면,그것은 생각의 속도가 아니라 성격과 기질의 속도다.

세상의 일이 생각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연습과 연마를 통해 생각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요즈음 우리의 관심사인 금융권의 구조조정도 성격과 기질의 속도만큼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은행에 투입된 10조원이라는 돈은 1년에 1천억원씩 버는 기업이 있다면,이 기업이 1백년을 벌어야 하는 돈이다.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한 우리의 문제해결을 시작하기도 전에 왜 제대로 하지 못했느냐고 질책하는 것은 성질의 속도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다.

몇년전 필자가 근무하던 그리스에서 파르테논 신전을 싸고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얘긴즉슨 유네스코가 돈을 대서 이 신전의 복원을 위한 보수를 하는데 한 기자가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비판을 했다.

신전의 한 쪽 기둥이 10년이 지나도 제자리에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결론은 엉뚱하게도 다음과 같았다.

"하기야 그 돌이 2천년도 넘게 그 자리에 있었는데 10년은 결코 오랜 세월이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1천년을 가지고 해결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0년은 기다리고 끈질기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돈을 가지고 부실채권을 정리한다고 해서 생각이 바뀌지 않았는데,새로운 생각을 실험해 보고 연마하지도 않았는데,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채 1년도 되지 않아 결과가 없다고 다그치면,언제 시작하고 연습해 볼 것인가.

필자의 사회생활을 돌이켜 보면,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일만 해왔다.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하나도 가만히 바라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 행동의 속도가 우리 생각의 속도만큼이나 빨라 쌓이고 돌보지 않은 것이 지금 우리의 문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