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에서 디지털 사진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J씨(42).

보험회사에 다니던 그는 지난 98년 IMF의 거센 소용돌이에 밀려 15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냉정한 사회 현실에 회의를 느낀 J씨는 더 이상 직장에 연연하지 않고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보리라 결심했다.

직접 다리품을 팔아 광주시내를 서너번씩이나 샅샅이 훑었고 주변에서 창업 경험이 있는 친지에게 연락해 자문을 구해 보기도 했다.

몇 개월 간의 방황 끝에 J씨가 시작하기로 한 사업은 사진 전문점.

사진 기술만 배우면 사진인화 기계 등을 이용해 촬영과 사진 인화를 동시에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마진율이 비교적 높은 사업이란 말도 들었기 때문이다.

또 사진 전문점의 경우 창업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자격요건이 없었다.

인화 및 현상용 기계들만 있으면 빠른 시간에 많은 사진을 현상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자동 카메라로 가족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일 만큼 사진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던 그는 이를 악물고 사진기술을 익혔다.

사진기술을 가르쳐 주는 강좌를 직접 찾아 다니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98년 J씨는 드디어 자신의 사진 전문점을 열게 됐다.

점포는 거대 아파트 단지를 배후에 둔 상업지구에 얻었다.

사진점을 찾는 고객도 아파트 단지 주변의 주부들이 대부분이었다.

손님의 70%는 촬영을,나머지 30%는 필름을 맡기기 위해 J씨의 가게를 찾았다.

J씨의 경우 점포가 중.고등학교 근처에 있어 어린 손님들이 증명 사진을 찍으러 오는 경우도 많았다.

자신이 직접 사진촬영을 하는 J씨는 한번에 여러장의 사진을 찍고 같은 사진을 여러번 인화해 손님들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직접 고르도록 했다.

고집스러운 J씨의 서비스 덕분에 사진관을 찾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손님들의 요구에 딱맞는 사진을 만들다 보니 중간 재료비가 다른 사진점에 비해 2~3배 많이 들었다.

매출은 높았지만 점포유지비,인건비,재료비 등을 빼고 나니 처음 생각만큼 마진율이 높지 않았던 것이다.

또 손님이 합성이나 복원 등 특별한 주문을 하면 전문 공장에 맡겨 놓고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아날로그 세대인 J씨가 가지고 있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문화시대에 아날로그적 문제점을 안은채 사진관을 운영하는 것이 스스로 불만족스러웠다는 J씨.

지금 J씨는 일반 수동 사진과 디지털 사진을 같이 취급하는 신개념 디지털 사진관으로 재창업했다.

기존의 사진관 설비는 그대로 두면서 컴퓨터와 스캐너 등의 장비를 구비하고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디지털 사진도 함께 제작하는 사업이다.

컴퓨터를 이용하면 빠르고 저렴하게 다양한 사진 합성물을 만들 수 있다.

재창업을 하면서 점포의 입지도 바꿨다.

기존의 주거 밀집지역에서 신흥 상업지구 도로변에 점포를 얻은 것.

점포권리금은 만만치 않았지만 대중의 인지도가 낮은 디지털 사진을 일반인,특히 젊은 계층에게 알리는데 용이했다.

디지털 사진을 병행 취급하면서 J씨의 전천후 사진관의 매출도 40% 이상 뛰어 올랐다.

J씨의 성공비결은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

현실에 안주하면 지금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곧 경쟁에서 뒤쳐지게 마련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천리안 GO 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