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이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독점법 위반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측의 신속심리 요청을 거부했다는 소식이다.

이를 두고 미국의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사실상 MS의 승리라고 분석한다지만 이번 결정으로 재판기간의 연장이 불가피해졌고 최종판결 시점에선 시장환경이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보면 이런 분석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실 지난 6월 연방지법에서 MS 2개사 분할명령이 나왔지만 그간 경쟁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선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2개사 분할이 윈도와 응용소프트웨어 분야에서 MS의 독점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상호보완적 독점을 형성시켜 가격상승만 초래할 뿐이라는 힐난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그 의미가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개방경제와 반독점법의 역외적용 추세에서는 대법원의 신속심리 자체가 자칫하면 자국업체의 피해와 국익의 손상을 곧바로 몰고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

미국의 반독점법보다 더 엄격한 경쟁정책을 운용해 온 유럽연합(EU)이 이 사건의 재판과정을 예의 주시해 왔고 언제든 상응하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또한 그간 반독점법 위반 사건으로 MS의 경쟁력이 타격을 받은데다 경쟁자인 리눅스와 이에 기초한 응용소프트웨어가 거세게 도전하고 있는 시장현실도 고려됐음직 하다.

과거 IBM사건이 13년을 끌다 철회된 적도 있지만 그때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기술변화 주기가 짧아진 지금은 반독점법 적용시 시장환경의 변화를 좀더 주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IT기업들에 대해 결코 반독점법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희석시켰다기 보다는 경제환경과 급격한 기술변화를 고려한 보다 세련된 반독점정책이라는 과제를 정부에 다시 한번 던져 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