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48분 전남 곡성(谷城)역.

전라선 새마을호는 예정시간에 정확히 맞춰 남원과 구례군의 중간역인 곡성역에 도착했다.

플랫폼에 발을 내딛는 순간 상큼함이 온 몸을 감싼다.

새벽 잠을 설쳐 몸은 무겁건만 평일 오전 나들이 여행에 나선다는 생각 자체만으로 즐겁기만 하다.

지난해 새로 조성했다는 곡성역은 일직선형이어서 보기에도 시원하다.

앞뒤를 둘러봐도 기차에서 내린 손님이 없다.

호젓한 분위기에 역무원이 "나홀로 여행객"을 반갑게 맞는다.

곡성은 남원이나 구례에 비해 알려진게 별로 없는 곳이다.

특별히 내세울만한 관광지도 사실 변변치 않다.

그런데도 행선지로 곡성을 잡은 이유는 이 가을에 걸맞은 조용함 때문이다.

곡성은 청정지역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강에 잇닿은 지리산의 자락은 운치를 느끼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4일부터 운행에 들어간 섬진강 나들이 열차와 자전거 하이킹은 가을 풍치를 만끽할만한 코스다.

이 상품은 곡성군이 철도청과 공동으로 개발해 일요일에만 운영한다.

"치포치포 나들이 열차"를 타고 곡성역에 내려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을 따라 자연경관을 음미하는 여행이다.

섬진강.

여기에는 재미있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1385년께 왜구가 섬진강 하구에 침입했을 때 수십만마리의 두꺼비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쪽으로 피해 갔다는 것.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불렀다고 한다.

곡성에서 접하는 강은 전북 진안 팔공산에서 발원해 2백km를 넘는 섬진강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곳이다.

강 폭이 약 80m 정도여서 지리산 등정때 흔히 보는 구례지역의 강에 비해 훨씬 좁다.

그래서 더욱 정겹다.

강물은 압록유원지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구례로 흐르는 섬진강과 주암 방향의 보성강이 그것이다.

압록유원지는 예부터 모래가람 다사(多沙)강 두치강으로 불릴만큼 고운 모래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모래는 간데 없고 자갈만 난무하다.

살림이 넉넉치 못한 곡성군이 재정 확충을 위해 모래를 팔았기 때문이다.

자전거 하이킹은 곡성역에서 가까운 가정리에서 압록유원지까지의 4.2km 구간이다.

섬진강변 한쪽에는 철길이, 반대편에는 자전거 하이킹 도로가 조성돼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자전거 도로 주변에는 원두막 쉼터 수차 느티나무 그늘 등이 마련돼 있다.

압록유원지 못미쳐 있는 압록(鴨鹿)역은 지난해 신설한 역.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탤런트 김영애가 빨치산 남편의 뼈를 지리산 자락에 뿌린 뒤 기차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 장소이기도 하다.

곡성군은 산악용 자전거 3백대를 마련, 대여해 준다.

하루 대여료는 3천원, 2인용은 4천원으로 저렴하다.

섬진강 주변은 청정지역이어서 하이킹 코스에 관계없이 발닿는 대로 가도 좋을듯 하다.

나들이열차는 일요일 오전에 출발하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려면 아무 때나 아무 열차를 타고 곡성을 방문하는게 낫다.

곡성에서 구례 방향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두개의 철로가 놓여 있다.

이중 하나가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구 철로다.

곡성역에서 압록역까지 장장 10.4km에 달한다.

곡성군은 이 철로에 관광열차를 운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섬진강변을 따라 운행하는 관광열차 30리길은 개설만 되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를게 틀림없다.

문의:철도청(02-392-7788) 곡성군(061-363-2011)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