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최근의 현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무역흑자를 잠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 만은 아니다.

소비재 수입 급증이 그 자체로 경제구조의 취약성과 분배구조의 악화를 반증하고 있지나 않은지 또 그것을 강화하지나 않을지 그것이 걱정되는 것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8월중 소비재 수입은 13억2천8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8%나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0%선에 육박(9.9%)했고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10%선을 넘어서는 것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게 당국 스스로의 분석이다.

품목별로는 VTR,컬러 TV,스키장비,승용차가 2배에서 6배까지 껑충 뛰어 올랐고 의류와 주류도 작년 동기 대비 50%에서 60%까지 수입액이 크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경제 위기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져 있는 때에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에 적지않은 외화가 흘러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무역장벽이 철폐되고 외자유치가 적극 장려되는 최근의 추세를 감안한다면 소비생활의 국제화라고 한들 이를 정면으로 비난할 일은 아니라 하겠다.

그러나 사치성 소비재 수입급증으로 상징되는 소비생활의 양극화가 항차 국민 경제의 건강성을 해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점이 오히려 걱정된다는 말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더라도 소득분배는 악화일로인 것이 분명하고 산업경기 역시 양극화가 지나치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소득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 2·4분기중 0.317을 기록해 작년동기의 0.311보다 0.006포인트 높아져있고 도시근로자의 실질소득이 외환위기 이전인 97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고 보면 최근의 고가 소비재 수입급증은 상위 소비 계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임도 분명하다.

가뜩이나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국면이고 내년도 예산안에서 보듯이 소득 역진적 간접세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중하위 소득계층의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실질적인 부담도 더욱 높아질 것이 우려된다.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소비생활 또한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맡겨둘 일이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소비재 수입급증 현상이 무역흑자를 잠식하고,내수산업 기반을 침식하며 결과적인 부작용을 경제전체에 미치게 된다면 마냥 방치되어서도 안되겠다. 소비자 스스로도 자신이 서있는 경제기반까지 무너뜨리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설계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