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연차 총회가 열리고 있는 체코 프라하의 도심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이었다.

각국의 비정부기구(NGO) 회원 등 1만명의 시위대들이 총회장 주변을 몰려다니며 각목을 휘두르고 보도블록을 깨 던졌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의 유리창은 시위대의 침입으로 박살이 났다.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일부 차량이 불에 타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무차별적으로 발사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프라하의 가을 하늘은 시위대의 진출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당국이 띄운 헬기들의 요란한 엔진소리와 매캐한 연기로 잔뜩 일그러졌다.

시위대의 주장은 한결 같았다.

"IMF는 합법적 마피아 " "부유한 국가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IMF를 박살내자 " "세계화가 우리를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

IMF가 주도하는 세계화가 빈부격차를 확대시키고 환경을 파괴한다고 목청을 높인 이들 시위대 때문에 총회장에 접근하는 것도 어려웠다.

출입증을 받은 취재기자들 마저 총회장 출입이 쉽지 않았다.

국내 사정 때문에 당초 일정보다 사흘 늦은 26일 오후에야 도착한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도 회의장 근처에 있는 호텔에 한동안 들어가지 못했다.

버스로 15분 정도 걸리는 한국 취재기자단 숙소인 엑스포호텔에서 자정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들 시위대는 국제회의장의 단골손님이다.

올림픽에 맞춰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참석자들이 이들을 피해 회의장에 들락거리느라 곤욕을 치렀다.

IMF체제를 벗어났는데도 소득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머리를 스쳤다.

외환위기에서 우리를 구해준 IMF가 과도한 긴축을 요구,실업자와 부도기업을 양산했다는 일부 학자의 주장도 생각났다.

"IMF는 회원국들의 역사적 문화적 전통을 존중해야 하며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입장이 돼선 안된다" "듣고 배우는 기관이 되겠다"

호르스트 쾰러 IMF총재의 개막연설은 시위대의 구호에 묻혀버렸다.

프라하=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