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삼청동 남북회담 사무국.제1차 남북경협 실무접촉회담을 취재중이던 기자들이 이곳 저곳에 전화를 하느라 한바탕 북새통이었다.

9시30분까지 나타나기로 했던 양측 대표단이 10시가 넘어서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담이 늦어지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왔다.

결국 양측 대표단이 남북회담사무국에 나타난 시간은 낮 12시6분께.예정보다 2시간 30분이상 늦어졌다.

이유는 공동보도문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두가지 점에서 특히 합의가 어려웠다.

첫째 남북 당국자들의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2차접촉 시기를 결정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둘째는 보도문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이냐를 놓고 남북한 양측이 입씨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남측에서는 송금허용,자유로운 투자보장 등에 합의했다는 문구를 넣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정운업 북측 수석대표(민족경제협력연합회장)가 "번거롭고 의미가 없다"며 구체적 문구삽입에 반대했다.

협상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15년만에 이뤄진 남북경제당국자간 접촉에서 남북이 하루아침에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그렇게 쉽겠느냐"며 간단치 않았던 협상의 어려움을 전했다.

지난 25일 북측대표단을 위해 베푼 만찬도 화기애애했지만 양측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북측 정 대표는 고혈압에도 불구하고 남쪽 특산주로 나온 안동소주를 마다않고 거푸 들이켰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남측의 한 대표가 "이번에 뭔가 성과를 보이자"고 제의했다.

그러자 정 대표는 짐짓 싫지 않은 표정을 보이면서도 "그쪽은 한꺼번에 너무 서두른다"고 제동을 걸었다.

협상을 지켜본 한 외국인 기자는 "정작 급한쪽은 북측인데 오히려 남측이 뭔가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것 같다"며 남측의 조급증이 필요이상의 대가를 지불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윤기동 경제부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