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들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역외펀드를 운용하면서 4억달러대에 육박하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26일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은행 투신 증권 보험 등 국내 23개 금융기관들은 지난 3월말 현재 43개 역외펀드에서 3억9천7백2만달러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외펀드 출자액 11억5천2백97만달러의 34.4%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 역외펀드는 대부분 96∼97년 사이에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역에 설정된 것들로 동남아 외환위기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들이 입은 손실이 구체적 수치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기관별로 한빛은행은 97년7월 말레이시아에 코너스톤인베스트먼트 펀드를 설립, 차입금을 끌어다 투자했다가 3월말 현재 1백16만달러의 평가손을 입었다.

현대증권은 96년 말레이시아에 코리아옵티마인베스트먼트 펀드를 설립하는 등 4개 펀드에 2억4백26만달러를 출자했으나 1억7천6백23만달러의 평가손을 입었다.

현대투신도 97년 설립한 2개 역외펀드에서 5천6백26만달러의 평가손을 보고 있다.

이 의원측은 "증권가에서는 현대계열 금융기관들이 역외펀드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원하느라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