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회생가능성이 낮은 부실기업을 퇴출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은 원칙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구조조정의 당위성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우리경제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고려해도 그렇다. 특히 40조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하자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도 부실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일은 절실하다고 하겠다.

실제로 채권단은 미주실업에 대한 워크아웃을 중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단호한 의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막상 정리작업을 하자면 주의해야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개별기업의 퇴출여부를 어떻게 판정하느냐가 어려운 문제다.

어떤 기업이 회생가능성이 낮은 부실기업인지 판정하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업종별 기업별로 처한 상황이 저마다 다르다.

이를 무시하고 채권단이 어떤 판단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겠다고 고집하면 자칫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기업은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판정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2백여개나 되는 상장기업들이 퇴출당해야 하며 몇몇 업종은 거의 모든 기업들이 정리돼야 할 형편이다.

극단적인 경우 해당기업은 물론 수많은 납품업체나 협력업체들까지 문을 닫게 돼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부실기업을 제거함으로써 경제를 안정시키자는 구조조정이 거꾸로 경제안정을 해치는 매우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볼때 개별적인 부실기업 퇴출여부는 주거래은행이 여러가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수밖에 없으며 금융당국은 은행들을 철저히 감독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또한가지 중요한 사항은 이왕에 부실기업을 퇴출시키기로 작정했다면 신속하게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회생가능성이 낮은 부실기업을 정리한다는 소문만 돌아도 자금시장이 얼어 붙는 것이 우리현실이다.

부실기업 정리여파가 곧바로 은행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용경색이 지속되면 멀쩡한 기업들조차 자금난을 겪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우리경제가 아직도 부실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특수한 상황에 있으며, 금융시장 자체의 불안정이 개별기업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취약한 상황에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서 퇴출작업을 보다 유연하게,그리고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