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용 <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wykwon@sdi.re.kr >


가끔은 우리 일상에서 믿기 어려운 현실을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지난달 우연히 KBS ''환경스페셜'' TV프로에서 난지도에 살고 있는 살무사를 본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구태여 땅꾼이 아니더라도 우리 나라의 토종 독사인 살무사가 보신식품으로 남획되어 거의 멸종 위기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까닭이다.

쓰레기 매립장이 되기 전까지 난지도는 무성한 갈대숲과 땅콩밭이었던 글자 그대로 ''난초와 잔디''의 모래섬이었다.

서울시는 1978년부터 무려 15년간 이곳에 연탄재를 포함한 일반 생활쓰레기와 산업폐기물 가릴 것 없이 투기해 왔다.

그 결과 총 82만평에 걸쳐 해발 90m가 넘는,실로 세계 유례가 없는 거대한 쓰레기산이 형성됐다.

김포공항에서 외국 손님들이 강변도로로 오다가 2㎞나 되는 밋밋한 인공언덕을 바라보며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질 때,개발연대의 부산물로서 1억t에 가까운 쓰레기의 무덤이라고 하면 못믿는 표정이 역력하다.

지금 난지도에서는 침출수와 매립가스를 뽑아내면서 윗부분에 복토를 하는 ''안정화''공사와 녹화사업이 진행중이다.

한때 넝마주이의 생활터전이기도 했던 난지도는 이제 생태계 복원과 재생의 상징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먹이사슬로 보아 상당히 윗분(?)에 속하는 살무사의 등장은 이러한 가능성을 내비치는 좋은 조짐이라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도 역시 동식물이 공생하는 생태계다.

다만 높은 생산성에 비해 생물학적 다양성은 매우 낮을 뿐이다.

남산의 고양이가 날로 야생화되는가 하면 종묘의 너구리 가족은 마음놓고 거닐 곳이 없다.

현재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인접 공터에는 6,7년전만 해도 개구리 합창소리가 들렸다.

올 여름에는 불면증에 걸린 매미가 밤새우는 바람에 민원이 야기되기도 했다.

반면에 일본 도쿄에서는 까치가 옷걸이를 물어다 맵시있게 둥지를 짓는다고 한다.

이들의 생존여부는 대도시 생활환경에 대한 적응능력에 달려있다.

새 천년을 맞아 서울시는 난지도 매립지를 중심으로 1백만평 규모의 ''밀레니엄''공원 조성 작업에 착수했다.

압축성장의 유물이었던 쓰레기 매립지가 인근 월드컵경기장과 상암 신도시와 어우러지는 엄청난 경관 녹지로 탈바꿈할 것이다.

대도시 공원,녹지는 아무리 넓어도 지나칠 것 같지 않다.

생태적 산술에 따른다면 시민 한 사람에게 매일 1만2천ℓ의 공기가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