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진성호가 김명희에게서 어느 정도 마음이 떠나 있는 것을 확인한 진미숙은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잘 생각했어.김명희는 가만히만 두면 훌륭한 연기자가 될 수 있을 거야"

"글쎄,나야 김명희를 더이상 관계하지 않겠지만 그자가 그냥 놔둘까?"

"그자라니,누구 말이야?"

진미숙이 목소리를 높였다.

"백인홍.김명희를 처음으로 어느 빌딩 엘리베이터 걸에서 빼내 모델로 출세시킨 자지.김명희의 인생을 바꿔놓은 장본인이야"

"왜 그자가 새삼스럽게 김명희에 관심을 가져?"

"…"

"스타가 됐기 때문에? …스타이기 때문에 자기 만족으로 다시 건드린다면 내가 그자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진미숙이 흥분하며 말했다.

"아니야.백인홍은 김명희가 스타가 되었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야.그자는 8년 전 김명희가 자기 곁을 떠났을 때부터 계속 관심을 갖고 있었어"

"그걸 어떻게 알았어?"

"대해직물을 누가 인수한 줄 알아? 백인홍이야.무리하게 거액을 지불하면서 말이야…왜 그런 결정을 한 줄 알아? 나하고 일대일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김명희에게 보이고 싶어서야.그러나 그건 치명적인 실수지.그자는 멀지않아 파산할 거야"

"그 사람 참 어리석군.그 나이에 어린아이도 아니고 말이야"

"그건 어리석은 게 아니야.강인한 남자도 어딘가 약한 곳이 있게 마련이야.백인홍의 약점은 한 여자를 향한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거지"

"너 혹시 혼자 멋대로 상상하는 거 아니야.내가 듣기로 백인홍이라는 자는 통크고 의리 있는 남자라던데"

"그것도 사실이야.반면에 약한 데도 있다는 거지.매형한테 물어봐.둘이 고향친구로 아주 가까운 사이니까"

진성호의 말에 진미숙은 서글퍼하는 표정을 지으며 차창 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진성호는 진미숙과 이미 10여년 전 이혼한 이성수를 언급한 데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

"아내가 의식을 회복하면 자동차사고의 범인을 체포하는 데 결정적 정보를 줄 거야"

진성호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우발적인 사고라면서?"

"우발적인 사고가 아닐지도 몰라"

"결정적인 정보라니? 그게 뭔데?"

"범인이 아는 사람이라면 그자를 지목할 것이고,그렇지 않으면 사고 차량이나 사고 당시의 상황이라도 설명할 수 있겠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 교수가 회복하면 이젠 가정생활에 충실해봐"

"아니…정숙이가 회복되더라도 우리의 관계는 끝났어"

진성호가 단호하게 대꾸했다.

"왜?"

"정동현이란 텔레비전 사회자를 알지? 얼마전 서울 근교에서 괴한에게 봉변당한 기사가 났었잖아"

"읽었어"

"정숙이가 사고를 당하던 날 그자와 호텔방에서 같이 있었다는 말도 들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