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중산층 소비자들이 백화점 대신 할인점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할인점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할인점 시장은 오는 2003년까지 매년 30%에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해 시장규모가 22조원으로 백화점(19조원)을 앞질러 소비시장 주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삼성테스코 분석)

할인점 시장은 "토종"업체인 E마트와 마그넷, 외국계 까르푸와 월마트, 합작사인 홈플러스 등 5개 대형 업체간 각축장이 되고 있다.

지난 93년 할인점을 처음 선보인 신세계 E마트는 외국 기업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 회사는 가격은 싸고 시설과 서비스는 백화점 수준인 ''한국형 할인점''을 만들었고 점포망도 27개로 가장 많아 상품력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26일에는 대구에 최신 물류센터를 열어 경기도 용인,전남 광주 등을 연결하는 전국 물류망을 구축하게 돼 배송 경쟁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E마트의 경쟁력이 성가를 높이면서 요즘 일본 유통회사의 임직원들이 대거 이 회사를 찾아오고 있다.

안상도 E마트 마케팅부장은 "올들어 다국적 유통업체의 일본시장 공략이 본격화되자 자스코 라이프코퍼레이션 사니 등 일본의 대형 유통회사들이 E마트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 기업 중 가장 이른 지난 96년 진출한 까르푸는 공격적인 투자와 현지화 전략으로 E마트를 뒤쫓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까르푸는 세계 28개국에 6백97개 할인점을 갖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1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까르푸는 성공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공략한 외국기업 가운데 하나라는 평을 듣고 있다.

할인점을 37년째 운영해온 까르푸는 우수한 상품력을 바탕으로 지역밀착 마케팅을 펼치면서 외국 기업의 한계를 극복해 가고 있다.

프랑스인 등 외국인 중심으로 가져갔던 인력정책도 최근 내국인 중심으로 바꾸고 산지 직거래도 늘려 소비자에게 신선 식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영국 테스코사가 합작한 삼성테스코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8명의 임원진 중 사장을 비롯한 5명이 한국인이고 점장과 점원도 전원 한국인이어서 외국 기업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지난달말 오픈한 안산점과 지난 21일 문을 연 북수원점 모두 개점 첫날 매출 신기록을 작성했고 기존 대구 부산점은 할인점 업계에서 1,2위를 차지했다.

홈플러스는 가격보다는 품질과 서비스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단순한 할인점이 아닌 ''가치점(value store)''을 컨셉트로 내걸었다.

마그넷은 롯데그룹의 강력한 지원 아래 최근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 14호점까지 문을 열었고 2002년께 업계 정상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미국계 월마트는 지난해 이후 점포 확장을 자제하는 대신 M&A와 현지화 전략으로 재도약을 준비중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