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시장이 급락하고 코스닥시장이 붕괴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공적자금 40조원 추가조성''이라는 소식에 국민은 허탈해하고 있다.

지금까지 1백9조6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의 공적자금 및 공공자금이 투입됐지만 금융·기업구조조정이라는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당국자의 말 바꾸기에 이력이 난 국민들로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왜냐하면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을 억제할 아무런 대책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부실을 청소하기 위한 공적자금''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게 하기 위해선 기존부실의 발생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

공적자금 관리 및 집행에 대한 정부의 독단을 배제하고자 민간인이 참여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신설은 과거보다 진일보한 조치다.

앞으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어떤 형태로 탄생할지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정부 내에 설치된 수많은 위원회의 하나로서 유명무실하게 자리매김돼서는 안된다.

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대통령직속기구로 언론계,사회단체 및 학계 등 민간인이 과반수 이상 참여하는 한시적·독립적인 위원회가 돼야 하며 이 위원회가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공적자금에 관한 최고의결기구가 돼야 한다.

위원회의 임무로는 첫째 금융부실에 관련된 대주주 또는 경영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기준 및 절차를 정하는 일, 둘째 과거 공적자금집행에 대한 점검 및 향후 소요될 공적자금 규모의 정확한 산정, 셋째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기관의 경영정상화 계획 승인 및 이행여부 점검, 넷째 금융부실의 책임규명에 못지 않게 중요한 공적자금 조성 및 사용에 대해 정책적인 판단착오가 있었는지 규명하는 일이다.

제일은행의 부실정리에 추후 발생할 부실채권을 재매입해 주는 풋백옵션을 포함,17조원 이상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불과 5천억원에 매각한 사례 또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종금업계에 공적자금을 지원한 일 등에 대해서 보다 과학적인 사후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백서''에서는 제일은행의 해외매각에 대해 최선의,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중간평가하고 있으나 국민이 납득하기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공적자금백서''에 의하면 정부는 남은 과제로 부실을 예방하는 시스템의 구축 또는 부실책임자에 대한 책임추궁 강화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 방향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이 공포되고 이어 반민족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돼 대표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색출 및 처벌활동이 전개됐다.

친일파처벌이라는 민족적 염원을 담은 반민족특별조사위원회는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의 사주를 받은 친일경찰에 의해 해체돼 민족정신은 황폐해지고 기회주의와 타락한 가치만이 현실을 지배하게 됐다는 자성의 소리가 지금까지 들려오고 있다.

1백9조원이라는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공적자금이 또 투입될 지경이지만 아직 부실금융기관의 부실에 대한 책임 추궁은 미미하다.

과거 잘못에 대한 처벌 차원이 아니라 향후 금융부실의 재발 방지라는 차원에서 정부는 반민족특별조사위원회와 같은 성격을 갖는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IMF위기 때 집안장롱에 있는 금붙이라도 외국에 팔아 국가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암울하게 다가오고 있는 금융위기를 피하고자 투입하는 공적자금으로 인해 어떤 희생이 초래되더라도 이를 감내할 착한 국민이다.

이러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길은 제갈공명이 마속의 목을 치는 심정으로 과거 금융부실관련자를 가려내어 단죄하는 한편 공적자금을 신속하게 투입,금융을 정상화시키고 추가부실방지책을 제시하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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