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29.대전도시개발공사)는 세계펜싱계의 판도를 뒤집은 혁명가다.

그는 지난20일 시드니올림픽 남자펜싱 플뢰레 개인전에서 "세계랭킹1위" 랄프비스도르프(독일)를 15-14로 꺾고 한국펜싱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1백여년간 올림픽에서 정상을 지켜온 유럽세를 무너뜨린 대사건이다.

펜싱불모지인 한국에 제2,제3의 김영호를 탄생시킬 초석을 놓았다.

50여년간의 한국펜싱사에 기록된 가장 찬란한 금자탑이다.

남자펜싱 왕관을 처음 내 준 유럽펜싱계는 경악했다.

펜싱종주권인 유럽은 84년 LA올림픽에서 중국여자선수들에게 금메달과 은메달을 1개씩 허용했을 뿐,남자펜싱에선 철옹성이었다.

한국 펜싱은 64년 도쿄올림픽에 처음 참가,전원 초반탈락했고 96애틀랜타대회 플뢰레 남자단체전에서 올린 7위가 최고성적이었다.

펜싱 등록선수가 독일은 40만명인데 반해 국내는 1천1백여명이란 비교에서도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나 김영호의 금소식은 신세대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으며 "펜싱신드롬"을 불러왔다.

요즘 대학과 민간 펜싱 동아리에는 회원가입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펜싱에 인생을 걸어보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광고업계도 펜싱을 소재로 한 CF와 이벤트계획을 잇따라 내놨다.

펜싱이 오랜 비인기종목 설움을 씻고 마침내 "메달밭"이 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