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용 <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wykwon@sdi.re.kr >

지난 15일부터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시드니는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다.

굴곡있는 항만여건과 풍광도 아름답지만 방문자의 뇌리속에 이 도시를 강력하게 인상지우는 것은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다.

기능성이 매우 높은 구조물과 예술성이 뛰어난 건축물의 절묘한 조합이야말로 환상적 어울림이다.

시드니의 도심과 북부 교외지역을 연결하는 하버브리지는 튼튼하면서 쓸모있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세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길이 5백m가 넘는 세계 제2위의 철골 아치교는 1932년에 개통되었으며 1988년까지 건설공사비에 대한 부채상환도 끝났다.

교량의 아치는 양쪽에서 조립해 올라오기 때문에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그야말로 기하학과 강철이 일궈낸 도시공학의 개가이기도 하다.

가까이보면 거대한 조가비같고 멀리서 보면 범선의 돛대같은 오페라하우스는 1973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준공테이프를 끊었다.

원래 전차 차고지였던 곳을 헐어내고 국제 현상공모에 부쳐 1959년부터 착공했다.

그러나 시공기술상의 어려움과 설계자의 교체 등 악몽같은 공사과정을 거쳐 당초예산의 15배를 넘는 4개의 공연장이 20세기 명물로 완공됐다.

첫연주가 ''프로코피예프''의 ''전쟁과 평화''인 점이나,1억달러나 소요된 재원의 상당부분을 복권판매로 메운 점도 흥미롭다.

세계의 유수한 도시들은 나름대로 도시 홍보와 매력증진에 유리한 ''아이콘''이 있다.

뉴욕의 자유여신상,파리의 에펠탑,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리우의 코르코바도 예수상,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최근에도 콸라룸푸르에 세계 최고 높이 4백50m의 페트로나스 타워가 건축됐고,이에 버금가는 진·마오 빌딩이 상하이에 들어서고 있다.

외국인이 서울을 관광하고 난 후 과연 어떠한 도시 이미지를 지니고 귀국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다.

남산타워가 서울의 ''랜드마크''로 시선을 붙잡기는 하지만 한국적 경관은 물론 아니다.

20여개의 한강다리도 도시의 품격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시드니 하계올림픽의 ''로고''로 채택된 오페라하우스를 보면서 문화의 상품화와 도시이미지 판촉을 관련시켜 본다.

이제는 시민문화의 질을 높이는 자전(自轉)과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공전(公轉)이 동시에 이뤄지는 시대다.

상암 신도시가 건설될 수색에다 남북교류의 앞마당이자 서울의 상징물이 될 만한 초고층빌딩을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