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뉴욕에서 열린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엔 사상 최다인 1백81명의 국가 원수 및 정부대표가 모여 유엔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은 8개항의 "밀레니엄 선언문"을 채택하며 이중 무려 3개항을 사실상 빈곤 퇴치와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해 21세기 세계 최대 과제가 빈곤 극복임을 천명했다.

냉전시대 양극 체제에서 대화를 통한 갈등 해소 창구 역할을 수행했던 유엔이 이젠 빈곤 퇴치 기구로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는가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이같은 공식 선언과 각별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 차원의 노력이 어떤 실질적 결실을 맺을 것으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보다 사람들은 이제 21세기 빈곤 해소의 범세계적 중심 축으로 부상한 플래닛파이낸스(Planet Finance)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주목하고 있다.

이 기구는 지난주 본란에 소개했던 방글라데시 그래민뱅크의 마이크로대출제도를 인터넷을 활용해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는 비영리 국제 비정부기구다.

이 기구의 직접적인 고객은 극빈자들에게 마이크로대출금, 즉 10만원 안팎의 소액 사업 밑천을 빌려주는 모든 형태의 금융회사들이다.

플래닛파이낸스는 전세계 7천여 마이크로 금융기관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이들에 최선의 경영방식을 가르쳐 주고 범세계적 마이크로 대출 중개기관 역할을 맡고자 한다.

또 자원봉사자들과 관련 종사자들을 모집, 훈련시키며 관련 자금의 운용 실태를 감시.평가해 후원자들이 마음놓고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수혜자 빈민들이 자신이 만든 생산품들을 세계인을 대상으로 팔 수 있게끔 온라인 장터를 마련해 주고 이들이 또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가장 효과적으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지 시장조사 활동도 펴고 있다.

이 기구는 지난 97년 2월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 클린턴 여사가 주선해 워싱턴DC에서 열렸던 마이크로대출 정상회담을 계기로 프랑스의 은행가 자크 아탈리가 같은해 12월 출범시켜 99년 10월 13일 프랑스 파리에 정식 법인으로 발족됐다.

본사 사무실이나 정규직 직원 한명 없이 모든 일을 사이버 공간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손으로 해 나가고 있다.

과거 톱-다운 접근법, 즉 정부와 정부간의 구호기금 지원이나 정부 차원의 거시 경제적 경제개발방식이 빈곤 완화에 별 효과가 없었음을 깨닫고 바텀-업 방식, 즉 빈민들에 대한 직접적 자활 생업 대책을 마련해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감독이사회 이사와 열성 후원자들로는 압두 디우프 전 세네갈 대통령과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 자크 디로르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 빌 조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창업주,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 미셀 로카드 유럽연합의회 의장, 폰젤리니 유럽개발은행 부총재 등이 있다.

플래닛파이낸스는 이기적 이윤추구라는 자본주의 시장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서도 세계화의 원동력인 인터넷을 역이용해 거래비용을 최소화시켜 세계 빈곤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플래닛파이낸스는 인터넷을 가장 잘 범세계적으로 선용하는 최고의 사례로 꼽힌다.

냉전체제 종식으로 이념갈등이 없어진 21세기, 세계의 최대 관심사가 빈곤 해소로 선회하고 있는 지금, 플래닛파이낸스야말로 21세기의 유엔이라고 할 만하다.

< 전문위원, 경영博, shindw@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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