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상표를 활용할 방안을 하나라도 더 짜내야 합니다. 일본 거래선들이 일본 총리의 이름은 몰라도 한국대통령은 알고 있습니다"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있고난 후 대일 비즈니스가 얼마나 유무형의 타격을 받았는지 아십니까"

최근 도쿄시내의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통상·투자진흥협의회의 테이블.최상용 주일대사와 주일 한국기업 대표자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모인 이 자리에서는 정치지도자의 언행이 국제비즈니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실감케 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양국간에 이해가 맞서는 현안이 생기면 한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바로 일본시장에 반영됩니다"

"일본 사람들이 김치를 많이 찾고 있지만 이것도 다 한·일 관계가 호전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의 성격상 한국이 싫으면 김치에 큰 관심을 쏟을 리 없습니다"

기업인들은 일본에서 사업뿌리를 내리는 것도 힘들지만 경제 외적 변수가 비즈니스에 장애가 되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일본에서는 김 대통령의 인기가 높다.

택시 운전사도,음식점 주인도 한국에 대해 아는 체 할 때면 으레 대통령의 이름을 먼저 꺼낸다.

인기의 비결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국난을 극복한 지혜와 지도력,그리고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낸 포용력과 인내 등 모두가 찬사를 받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한·일 관계는 별다른 쟁점 없이 비교적 매끄러운 편이다.

김 대통령이 신뢰와 약속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에게 ''믿을 수 있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 분위기를 일관되게 지배한 흐름 중 하나는 ''정치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국제비즈니스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변수''라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는 대통령에 대한 당부였다.

"한국 세무당국이 주한 일본기업을 조사한다고 법석을 떨면 후유증이 리얼타임으로 도쿄로 날아 옵니다"

정치와 행정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은 이 회의에서도 단골 메뉴로 올라왔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