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가 대우그룹 부실 회계 처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현직 임직원 41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산동회계법인에 대해 12개월 영업정지,안건 안진회계법인에 대해 감사인 지정제외 조치를 내리는 한편 무려 69명의 공인회계사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국내 회계업계 사상 초유의 사태다.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동정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의 부실 회계 관행을 다시는 되풀이 되지않도록 해야한다는 뜻에서라도 엄중한 조치가 불가피했다는게 당국의 설명이고 이는 옳은 결론이었다고 본다.

분식 금액이 22조9천억원에 이르고 차입금 누락 등 장부조작이 수년간 되풀이 자행되었다면 이를 단순한 과실이나 착오로 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조치를 기화로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물론 회계 업계의 판도와 기업들의 회계 관행 등에도 엄청난 파장과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기업의 감사보고서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가 추락하는등 후유증도 우려되고 증선위의 고발과 수사의뢰에 따라 검찰이 대우그룹 자금흐름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경우 앞으로 어떤 정치·사회적 파문이 일어날지도 현재로서는 예측불허다.

문제는 자본주의의 파수꾼(watch dog)을 자처하는 공인회계사들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다시는 이런 엄청난 사태에 말려들지 않도록 할 것이며 회계및 감사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엄정한 회계처리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냐는 점이다. 감사인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이상으로 감사 수임에서부터 보고서 작성,그리고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리활동과 기업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개선해야 할 부분도 한두 곳이 아닐 것이다.

감사인의 지위가 피감 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현재의 역학관계도 문제거니와 그동안의 부실회계 관행을 방치해왔던 당국에도 적지않은 책임이 있는 만큼 회계감사 제도와 관행 전반에 걸쳐 깊이 있는 연구와 개선노력이 뒤따라야 하겠다.

IMF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국내 회계기준이 국제적 기준에 맞추어 개선되고 있고 회계업계 스스로도 감사기능 회복에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명한 회계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측의 인식전환도 긴요하다고 본다.

주주들,특히 대주주들이 외부감사 제도의 본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고 회계감사야말로 신용제도의 출발이라는 전제 위에서 이해당사자들 모두의 각성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