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장비 시장은 전통적으로 현대 삼성 대우등 대기업들의 각축장이었다.

이들은 조선 건설 자동차 등 주력 사업의 다각화 차원에서 중장비사업을 육성해왔다.

그러다가 98년 7월 볼보와 클라크가 삼성중공업의 굴삭기및 지게차 부문을 각각 인수하면서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볼보와 클라크는 한국과 아시아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인수 초기부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현재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40%를 웃돌아 선두 대우중공업을 불과 2~3% 포인트 차이로 추격하고있다.

볼보의 경우 삼성 굴삭기부문 인수와 동시에 스웨덴 생산기지를 폐쇄,한국지사(볼보건설기계코리아)를 사실상 볼보그룹 사령탑으로 삼았다.

볼보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가격보다는 품질과 성능을 앞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조형목 서울지사장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는 제품은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과거처럼 저가 위주의 물량공세를 펴지 않는 것도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서울지역 매출이 작년보다 40% 가량 늘어난 1백50억원이라고 귀띔했다.

클라크도 경남 창원공장을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생산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다국적 기업 중 처음으로 본사의 연구개발(R&D)센터를 한국으로 이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클라크 한국지사의 올해 예상매출은 1천8백억원으로 지난 98년의 7백억원보다 두배 이상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신봉 클라크 딜러협의회장은 "클라크가 판매수수료를 대폭 현실화하고 일선 영업점 지원을 강화하면서 딜러들의 의욕이 크게 높아졌다"며 "국내 업체에 비해 다양한 제품 구색도 매출 신장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볼보와 클라크가 시장을 파고들자 경쟁사인 대우중공업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우는 우선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순회점검 서비스를 펼치는 한편 ''로더''등 신제품의 조기 투입도 검토하고 있다.

대우 관계자는 "영업 여건이 다소 나빠졌지만 과거 업계에 횡행했던 출혈경쟁이 사라져 채산성은 오히려 좋아졌다"며 "기업분할에 이어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경영이 정상화되면 시장점유율을 회복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굴삭기와 지게차 부문에서 만년 3위권을 유지해왔던 현대중공업은 외국계 기업의 갑작스런 부상을 경계하고 있다.

어차피 중장비 부문이 주력은 아니지만 이대로 가다간 완전히 마이너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대우와 현대는 이에 따라 최근 고객수요 조사와 함께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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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닐슨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은 "향후 한국내 생산비중을 그룹 전체 매출의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장잠재력이 큰 아시아시장 패권을 위해 현재 15%에 달하는 한국지사의 매출비중을 두배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닐슨 사장은 이를 위해 국내 경쟁에 집착하기 보다는 창원공장을 볼보의 세계 굴삭기 공급기지로 육성,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부품업체를 글로벌 소싱시스템에 편입시키기 위해 부품업계에 대한 다양한 지원방안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5백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굴삭기시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창원공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창원공장은 중국 일본 동남아지역 시장개척을 위한 전진기지입니다"

닐슨사장은 또 "수익을 내지못하는 시장점유율은 무의미하다"고 말해 무분별한 가격경쟁을 지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볼보코리아는 올해 1백억원대의 흑자를 기록,3년만의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