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떨어지는 낙엽,스산한 바람...

트렌치코트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트렌치코트만큼 가을날의 낭만을 연출하는 소도구가 또 있을까.

하지만 지금의 로맨틱한 이미지와는 반대로 이 옷이 태어난 곳은 살벌한 전쟁터였다.

1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 장교가 참호(trench)안에서 쏟아지는 비와 적군의 총알을 피하기 위해 입었던 레인코트가 그 유래다.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디자인된 래글런 소매,수류탄과 수통을 걸기 위해 벨트에 매단 D자 고리,장총의 개머리판과 부딪치며 생기는 원단의 마모를 줄이기 위해 오른쪽 가슴에 덧입힌 덮개 등 정통 트렌치코트의 멋진 장식들은 알고보면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배려였던 셈이다.

찬바람이 불자마자 패션업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트렌치코트를 쇼윈도 앞자리에 내걸었다.

특히 여성복 회사들은 새로 선보인 가을 트렌치코트 아이템이 돈 벌어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고바람이 예상보다 강하게 불고 있어 한동안 구닥다리 패션으로 취급되던 트렌치코트가 패션의 중심자리로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품 경향

색상 소재 디자인 프린트 등이 매우 다양해졌다.

보라 황금 빨강 검정 등으로 컬러 영역이 확대됐고 가죽 나일론 데님이 옷감으로 쓰였다.

헤링본같은 체크나 기하학적인 프린트가 그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베이지나 카키색에 방수 울 개버딘 소재,투버튼에 어깨에 견장이 달려 있는 정통 스타일도 여전히 사랑받을 전망이다.

가격은 20만원대부터 3백만원대까지.

20대 여성이 타깃인 영브랜드 제품은 20만∼30만원대가 많지만 40∼50대를 겨냥한 제품은 대개 비싸다.

어떤 소재를 썼느냐에 따라 값이 큰 차이가 나는데 중년층을 대상으로 할수록 고급소재를 많이 쓴다.

3백만원대의 고가 제품은 모피가 깃에 달려 있거나 가죽·캐시미어 소재를 쓰고 있다.

<>3대 트렌치코트 브랜드

버버리 닥스 아큐아스큐텀은 트렌치코트를 말할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들이다.

영국 클래식의 대명사격인 브랜드들이지만 이번 가을에는 정통 스타일 외에 새롭고 다채로운 디자인을 많이 선보였다.

아큐아스큐텀의 전략상품은 더블 버튼에 세미롱 길이의 트렌치코트다.

특유의 하우스체크 패턴이 그려져 여성스러우면서도 캐주얼한 멋을 풍기는 게 특징이며 가격은 80만∼90만원선.

기존 제품이 1백만원 이상인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라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버버리는 혁신적인 소재를 이용해 보다 젊은 이미지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부드러운 가죽,폴리우레탄 합성소재 등이 옷감으로 쓰이기도 했다.

색상은 빨강 주황 고동 등.

또 버버리의 개버딘소재로 만든 망토스타일의 트렌치코트도 등장했다.

닥스 또한 다양한 소재가 눈에 띈다.

우레탄 코팅으로 방수처리한 실크원단,구김이 적은 폴리 본딩 소재의 코트를 판매중이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