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기업집단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요구권(계좌추적권)의 시한연장은 어느모로 따져보나 그 타당성을 찾기 힘든 지나친 규제다.

공정위는 계좌추적권이 없다 하더라도 기업에 대해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할수 있고,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하거나 검찰에 고발해 사실여부를 밝힐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직접 계좌추적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만약 같은 논리로 각 부처가 기업에 대한 조사권을 제각각 확보하겠다고 나선다면 어찌할 것인가.

계좌추적이 불가피하다면 이미 권한이 주어진 관련기관간 공조를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공정위는 계좌추적권의 적용시한을 ''무기한''으로 연장할 뿐만아니라 적용대상도 위장계열사 조사까지 확대하겠다고 입법예고했다.이는 제도도입 당시 많은 논란끝에 조사대상을 30대기업그룹으로 제한하고,적용범위도 2년으로 한정했던 국회의 입법취지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더구나 지금의 기업관련 제도는 계좌추적권을 한시적으로나마 도입토록 허용했던 2년전의 외환위기 상황과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점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계열사간의 대규모 거래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공시해야 하고,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하는 대상도 확대됐다.

또 소수주주권의 행사가 용이해졌고,기관투자가 및 우리사주에게 의결권이 부여돼 2중3중의 경영감시장치가 도입돼 있다.

이것만으로도 기업의 창의와 능률을 저해할수 있을 만큼 과중한 견제장치다.

그런데도 계좌추적권을 아예 무기한으로 제도화시키겠다는 공정위의 발상은 지나친 욕심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최근들어 공정위뿐만 아니라 금감위 등 각부처가 경쟁적으로 기업에 대한 직접조사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한쪽에서는 기업규제 개혁을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수없이 강조하고 있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강력한 규제수단의 확보에 여념이 없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혼란스럽다.

정책불신을 부추기는 근본요인 가운데 하나다.

요즈음 우리경제는 갖가지 애로에 직면해 있다.

제2의 위기를 걱정할 정도다.

하던 조사도 중단하고 기업활동을 격려함으로써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도 ''기업 때려잡기식'' 발상으로 어떻게 경제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