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만 한빛은행장은 추석 연휴중에도 내내 머리가 무거웠다.

이달말까지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할 경영개선계획안에 대한 고민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대형 합병은행으로 한빛은행이 출범한지도 어느새 1년8개월.

하지만 아직 뚜렷한 합병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잠재손실을 반영한 상반기 실적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미만에 적자 7천1백4억원이다.

최근엔 엎친데 덮친 격으로 관악지점의 부당대출 사건까지 터져 은행 이미지에 또한차례 타격을 입었다.

김 행장 자신이 직접 영입했던 이수길 부행장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개인적으로도 심적 부담을 줬다.

검찰 수사에서 지점장과 거래업체가 꾸민 대출사기극으로 결론이 났지만 여전히 경영책임자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

물론 김 행장으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행장은 "결과를 중시하는 현 금융풍토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천재지변이라 할만한 대우그룹 사태만 없었다면 한빛은행의 상황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실제로 한빛은행은 지난해 합병후 영업점 재배치 등으로 영업력을 강화해 시중은행중 가장 많은 2조3천8백3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 98년 정부로부터 3조2천6백42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이후 자체 노력으로 10억달러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성공했다.

또 8억5천만달러의 해외후순위채를 발행했고 국내 후순위채도 3천억원을 발행해 자본충실도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그룹 붕괴라는 금융계의 ''천재지변''은 합병후 리딩뱅크를 꿈꾸던 한빛은행의 발목을 잡았다.

대우그룹 여신 3조7천7백50억원에 기존에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고합 갑을 등 덩치가 큰 그룹의 문제여신을 합하면 11조1천5백10억원에 달한다.

결국 한빛은행은 지난해 3조4천4백63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이런 상황속에 경영개선계획안 구상에 골몰하고 있는 김 행장은 "부실여신 처리와 자본 확충방안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과의 합병이나 지주회사로의 편입 등은 차후의 검토과제라는 얘기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한빛은행의 경영이 정상화되려면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합병이나 지주회사로의 편입이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즉 한빛은행이 독자적인 생존방안을 내놓더라도 은행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승인받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결국은 또한차례 구조조정의 물살을 탈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김 행장은 경평위의 평가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일단 자체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다.

지난 99년1월4일 자산 88조8천억원의 국내 초대형 은행의 초대 은행장으로 부임했던 김 행장이 진가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