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신탁계정에서 돈이 빠져 나가자 신탁대출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이에따라 은행 신탁계정에서 돈을 빌린 기업과 개인들이 자금상환 압력을 받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은 최근 신탁계정에서 신규대출을 중단하라고 각 지점에 지시했다.

조흥은행은 또 기존 대출금은 만기때 모두 상환받도록 했다.

불가피하게 연장을 해 줄 경우에도 반드시 대출금의 20% 이상을 상환받고 연장해 주도록 업무지침을 내렸다.

조흥은행은 이를 통해 신탁자금운용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20%선으로 끌어내릴 방침이다.

현재 조흥은행은 신탁수탁고 6조2천억원중 2조원(32.2%)이 대출금으로 잠겨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대출금은 신속히 회수할 수 없어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탁대출규모를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서울은행도 최근 신탁대출 취급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영업점에 내렸다.

이 은행은 신탁규모가 2조원대로 줄었지만 신탁대출비중은 3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신탁대출의 재원으로 활용했던 개발신탁과 신종적립신탁 등에 추가가입이 금지된데 따라 운용자산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신탁대출을 줄이는 것은 수탁고가 빠져 대출에 많은 자금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 대출재원이었던 개발신탁이 폐지돼 올해안에 만기지급해야하는 것도 대출축소를 불러오는 요인이다.

또 채권시가평가제가 실시되고 만기가 짧은 신탁상품이 나와 고객돈이 일시에 빠져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은행들이 장기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이같은 은행들의 신탁대출 축소로 기업과 개인들이 돈을 빌리기가 한결 까다롭게 됐을 뿐 아니라 기존 대출고객은 상환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신탁대출은 은행계정에서 빌릴 수 있는 한도가 다 찼거나 신용도가 낮은 기업과 개인들이 주로 이용해 온 대출상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된 신탁대출은 은행계정으로 대출을 돌리라고 권유하지만 은행계정에서 대출한도 등이 꽉 찬 고객들은 추가로 담보나 보증서를 제출해야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