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이 5년 임기의 집권 3기를 시작한지 40여일이 지났다.

취임 직후 계속되던 반대시위는 이제 잠잠해졌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던 리마시내도 평온을 되찾았다.

페루정부와 야당은 미주기구(OAS)의 중재로 민주화일정에 합의하는등 페루정국은 급속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결선투표까지 몰고가며 ''바람몰이''를 주도했던 원주민출신 대통령 후보 톨레도는 요즘 어디서 무얼 하는지 페루언론들은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지금 페루인들에게는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호구지책이 더 중요하다.

페루경제는 아직도 아시아 경제위기,러시아 경제위기,그리고 엘니뇨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의 페루인들은 "변칙적으로 3선에 성공한 후지모리가 개인적으로는 밉지만 10년전 7천%대에 이르던 인플레율을 한자릿수로 끌어내린 그의 치적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후지모리의 ''변칙 3선''을 이제 슬며시 눈감아 주는 분위기이다.

그는 페루인이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기 보다는 ''필요로 하는'' 대통령인 셈이다.

동양인인 그가 페루에서 10년 넘게 집권하는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후지모리를 위시한 페루의 정치경제 상황은 박정희 대통령이 3선 개헌을 했던 지난 69년 한국의 상황을 꼭 빼닮았다.

민주화의 요구가 움트고는 있지만 그래도 ''잘 살아보세''가 더욱 중시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페루정부는 마치 개발연대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최근 그럴듯한 ''경제개발 3개년 계획''도 마련했다.

민영화와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페루를 남미의 중심국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마스터 플랜이다.

페루인들은 지난 97년 리마 주재 일본대사관 인질사건때 방탄조끼를 입고 현장에서 인질구조 작전을 진두지휘하던 후지모리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후지모리가 그같은 방식으로 페루경제도 구조해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3선에 성공한 후지모리가 후세 페루인들에게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될지 궁금하다.

그 역시 박정희 대통령처럼 상반된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

리마(페루)=김선태 국제부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