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진성호는 방금 먹은 햄버거를 쌌던 기름종이를 소리나게 확 펼쳤다.

회의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맥도날드 로고인 M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여러분!"

진성호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방금 먹은 이게 그 유명한 빅맥 세트입니다.

프렌치 프라이와 음료를 합쳐 우리 돈으로 단돈 3천5백원입니다.

세계 어디서나 맛과 질이 똑같지요.

요하네스버그나 뉴욕이나 리우데자네이루나 모스크바나 베이징이나 서울이나 그 어디나 말이지요.

여러분!"

진성호는 탁자 위에 널려 있는 햄버거를 쌌던 기름종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맛있었지요? 햄버거 고기를 불꽃에 돌려 구워 기름을 뺐기 때문이지요.

고기가 연하지요? 특별히 개발한 소스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비법이지요"

진성호는 M자가 선명한 기름종이를 들고 탁자 주위를 돌아 자신이 앉아 있던 반대편에 멈춰 섰다.

그러더니 기름종이를 탁자 위에 탁 펼쳐놓았다.

"이것이 바로 미국 자본주의 상징입니다"

진성호는 맥도날드 로고인 M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 높여 외쳤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할 상대입니다.

거대하면서 능률적이고,능률적이면서 질이 높고,질이 높으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고,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것이 바로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경쟁자의 참모습입니다.

빅맥을 정크푸드라고 하는 것 아시지요? 파리지엔들은 정크푸드 먹는 자들을 비웃었지요.

그리고 파리에서만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파리지엔들마저 미친 듯이 빅맥을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 자본주의의 힘입니다"

사장단들은 얼빠진 듯이 멍하게 진성호를 바라보았고,이현세만이 만족스런 미소를 머금었다.

진성호가 저녁식사로 왜 빅맥을 시켰는지 이현세는 알아차린 듯했다.

진성호는 과거방식에만 얽매여 있는 사장단을 빅맥을 통해 각성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박인호 사장이 진성호가 회의탁자 위에 펼쳐놓은 M자 로고가 선명한 기름종이를 집어서 들여다보았다.

"맛있게 먹었소.처음 먹어봤는데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소.근데 말이오…"

박인호 사장이 회의 참석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런 다국적 기업이 국내에 들어와 설치면,소규모의 동네식당들은 어떻게 되는 거요? …혹시 맥도날드 하루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 있소?"

박인호가 문 옆 의자에 앉아 있는 이현세 이사에게 눈길을 보냈다.

"전세계적으로 하루 매상이 5천만개라고 들었습니다"

이현세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하루 매상이 5천만개인 대기업하고 동네식당이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소? 그냥 두면 언젠가 우리 젊은이들은 된장찌개 맛은 잊고 햄버거에 길들여질거요.

그러면 한국인이 머리 좋다는 말도 흘러간 옛말이 되겠지"

박인호는 말을 마치고 M자 로고가 박힌 기름종이를 두 손으로 구겨서 회의탁자 가운데로 던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