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사하구 신평동에 있는 대성토이즈는 완구제조업체로서 명성만큼 장애인 다수 고용업체로도 유명하다.

전체 근로자 1백24명의 35%인 44명이 장애인이다.

이 회사의 이석재 사장은 국제라이온스클럽의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장애인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95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부산사무소를 통해 장애인 6명을 소개받아 적응훈련을 실시한 뒤 3명을 채용했다.

장애인을 도우면서 회사의 인력난도 덜기 위해 시작한 장애인 고용은 뜻밖에도 경영난을 극복하는 전기가 됐다.

중국산 저가 완구제품이 물밀듯 수입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던 지난 96년 이 회사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2억2천4백만원을 융자받는 등 지금까지 모두 14억6천만원을 빌려썼다.

융자조건은 연 3%에 5년 거치 5년 분할상환.

이 돈으로 생산라인을 자동화했다.

장애인을 돕기 위한 이같은 시설투자는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이에 힘입어 대성토이즈는 빙빙블럭 등 수백 종류의 장난감을 35개국으로 수출, 지난해 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80억원.

이 사장은 "장애인을 처음 채용했을 때 기존 직원의 반발이 컸지만 이제는 장애인 동료와 커피를 같이 마시고 손을 잡고 다닐 정도"라며 "일감만 늘어난다면 장애인을 추가로 고용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고용을 통해 장애인과 회사가 함께 발전하고 있는 대성토이즈는 아직 국내 현실에선 이단아적 존재다.

상시 3백인 이상을 쓰고 있는 사업주는 장애인을 소속 근로자의 2%이상 고용해야 한다.

지난해말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 업체 1천9백25개사중 고용의무비율을 지킨 곳은 전체의 15.7%인 3백3개사에 그쳤다.

특히 30대 그룹의 평균 장애인고용률은 0.53%로 전체 평균 0.91%에도 못미쳤다.

의무비율을 지킨 곳은 동국제강그룹(3.1%)뿐이었다.

삼성 코오롱 신세계 현대산업개발 그룹의 고용률은 법정 기준의 10분의 1인 0.2%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내 장애인은 지난 6월 현재 1백35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이중에서 취업자로 분류되는 장애인은 41만여명일 것으로 노동부는 추산하고 있다.

일자리를 얻었다해도 특정 분야에 편중돼 있다.

지난 91년부터 99년까지 직업알선을 통해 취업한 장애인 2만7천5백98명중 생산직이 42%로 가장 많았다.

이에반해 사무직은 9.1%, 전문기술직 3.9%, 서비스직 2.8% 등에 그쳤다.

이처럼 장애인 고용과 복지수준이 낙후되어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장애인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 때문이다.

물론 취업하는데 필수적인 적절한 기능을 갖춘 장애인이 드물긴 하다.

그러나 기업입장에선 장애인의 근무 편의를 위해 시설 개선이 뒤따라야 하고 여기에 거액의 자금이 들어간다는데 문제가 있다.

장애인 고용촉진을 담당하는 서비스체계도 미흡하다.

공단 산하 12개 지방사무소가 전국의 16개 광역시및 도를 담당한다.

고용장려금 지급과 부담금 징수 등 고용의무업체에 대한 고용촉진업무는 지방노동관서가, 사업주 유.무상 지원, 고용보조금과 고용관리비용 지원 업무는 공단 사무소가 맡고 있다.

이같은 이원화된 서비스체계의 문제점을 인식, 정부가 연초 장애인고용촉진및 직업재활법을 개정한 뒤 장애인고용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골격은 사업주의 장애인 고용을 지원하고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다는 것.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고 장애인 공무원이 1만명에 이를 때까지 장애인 공채비율을 2%에서 5%로 높였다.

장애인고용의무를 달성한 사업주가 장애 정도가 낮은 남성을 추가고용할 때마다 매달 주는 장려금을 최저임금의 60%에서 1백%(36만1천원)로 높였다.

반면 오는12월을 기준으로 장애인고용률이 1% 미만인 사업주는 부족인원 1명당 최저임금의 70%(25만3천원)을 고용부담금으로 내도록 강화했다.

고용률이 1% 이상인 업체는 현재처럼 최저임금의 60%를 부담하게 된다.

올들어 장애인 창업자금 융자및 영업장소 지원제도도 신설됐다.

이를 통해 올 상반기중 1백5명이 42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최근 부산에 장애인전용 직업전문학교가 설립되는 등 장애인의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기관이 앞다퉈 신설될 예정이다.

장애인 고용촉진사업을 <>직업지도 <>직업적응훈련 <>직업능력개발훈련 <>취업알선및 사후지도 등으로 체계화한 뒤 매년 2백5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그러나 아직 갈길이 멀다.

고용부담금이 장애인 고용에 따른 추가비용(99년 현재 30만3천4백66원)보다 낮다는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

기능장애인을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신장 심장 등 내부 장애인과 정신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