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 한나라당 국회의원 ohsehoon@lycos.co.kr >

국회의원으로서 처음 본회의장에 들어가던 날,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두개의 대회의장 사이에 있는 커다란 홀이었다.

언제인가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이 생각나는 인상적이었던 의사당 2층 홀은 희랍어로 ''토론 광장''을 뜻한다는 ''로텐다''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6층높이의 천장까지 확 트인 홀을 보면서 어떤 어려움과 시각 차이가 있더라도 반드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를 한마디로 상징해 주는 적절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두 회의장 입구 양쪽에는 사람 허리보다 조금 높은 대리석 사각기둥이 두개씩 서 있다.

장식이라고 하기에는 좀 단조로운 모양이다.

그 한 곳에 임시정부때 초대의장을 지냈던 이동녕 의장의 흉상이 올려져 있다.

나머지 한 곳의 용도가 궁금했었다.

국회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빈 곳은 앞으로 우리 나라 의회정치에 귀감이 될만한 의원의 상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 한다.

한 분만 올려져 있는 대(臺)를 보면서 우리 세대의 정치 마당에서 그 자리가 채워질 수 있기를 바랐다.

의회정치가 제 모습을 다하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손쉬운 일이 아니기에,또 지금까지의 우리 나라 정치사가 순탄치만은 않았기에 다소 성급한 바람일지 모르지만….

어느새 의정생활 석달여가 지났다.

그런데 오늘의 정치상황은 그러한 바람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만 가고 있어 무력감과 함께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파행을 지속하고 있는 국회는 정상화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16대 총선 선거수사 개입문제, 한빛은행에 대한 거액의 대출 압력 사건 등 지난 60,70년대에나 어울릴 법한 구태가 망령처럼 터져 나와 21세기 뉴밀레니엄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토론이 실종된 국회,과거의 타성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현실에서 ''로텐다홀''이 주는 의미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