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백룡 < 화백 >

어제는 이미 써버린 수표요 내일은 약속어음이고 오늘만 현금이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오늘만 가치 있게 살면 그만 일텐데 나는 끝없는 욕심쟁이인가 봅니다.

보이지도 않는 미지의 세계를 먼저 점령하려고 발버둥치고 부도가 날지도 모를 약속어음을 네컷 빈칸에 매일 스며 독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에게 물어 보기도 했습니다.

일찍 출근해서 텅빈 사무실에 앉아 조간신문들을 들추며 소재를 찾을때면 캄캄한 굴속에 혼자 들어가 금을 캐는 광부의 고독 바로 그것과 같습니다.

"짜고 또 짜면 나오겠지..."

매일 반복되는 아이디어와의 전쟁때 내뱉는 독백입니다.

가판신문이 나오면 다시 우울해집니다.

만화가 마음에 안들땐 빨간 줄도장이 찍힌 수표를 가지고 있는 그런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내가 변한건 이마에 주름살이 몇 개 더 생겼을 뿐 처음 시작할 때 모습 그대로입니다.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랬더니 "소오갈"선생 연재 3천회랍니다.

만화에 불만을 갖고 전화로 화내신 분,참 좋았다고 칭찬해 주신 독자분 모두가 저의 참 스승이십니다.

그동안 가정과 일터에서 "소오갈"선생을 보아주신 독자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부도수표가 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그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많은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