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이엔지의 임직원은 이번 추석에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받게 된다.

지난 8월초 휴가 특별보너스로 50만원씩 받은데 이어 또 다시 선물을 받게 된다.

작년 추석에는 "국물"도 없었다.

반도체 클린룸과 공정자동화 장비업체인 이 회사는 매출과 순이익이 급증해 적은 선물이지만 정성껏 직원들에게 보답하기로 한 것.

상반기 매출은 5백9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2배, 순익은 24억3천만원으로 약 5배가 늘었다.

추석을 앞두고 벤처업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잘 나가는 업체는 <>연봉의 일부로 지급하는 정기보너스 <>정성이 담긴 선물 <>각종 복지혜택을 받는다.

그렇지 않은 업체는 보너스와 선물이 없다.

"부익부 빈익빈"인 셈이다.

자금시장이 냉각됨에 따라 흥청망청 특별보너스를 주는 경우도 거의 없다.

대신 실속있는 선물과 연휴보장이라는 알뜰 연휴 풍속이 생기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휴를 즐길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

스페인 비텔콤에 11억8천만달러어치의 인터넷 무선단말기 수출계약을 맺은 싸이버뱅크는 올해 추석에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기로 했다.

작년에는 하루도 쉬지 못했는데 올해는 "빨간 글씨"는 다 쉬도록 했다.

자사가 만드는 무선전화기 "프리폰" 1대씩도 주기로 했다.

시중가 19만원짜리다.

이 회사는 추석을 앞두고 또 한 건의 대형 수출계약을 맺을 예정으로 있어 이래저래 기분 좋은 연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용 가스캐비닛 등을 만드는 케이씨텍은 지난 7월 특별보너스 1백%를 준데 이어 추석에는 3만~5만원선의 선물을 지급한다.

공장은 연휴에 하루를 더얹어 쉬도록 방침을 정했다.

시공테크는 3만원선의 선물과 함께 콘도를 비롯, 회사가 갖고 있는 복지시설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상태.

대신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은 선물은 커녕 정기보너스를 주기에도 벅차다.

C사는 상여금이나 선물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S사 역시 월급만 밀리지 않고 제때 줄 수 있어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한편 신제품 개발이 활발한 일부 업체들은 올해 추석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연휴를 해외마케팅 강화기간으로 정하고 외국시장 공략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대전에 있는 블루코드테크놀로지는 10만~30만원선의 추석선물을 주는 대신 핵심요원은 정상 근무시킬 계획이다.

이 회사는 반도체장비와 인터넷솔루션, 멀티미디어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연구개발 중심 회사다.

이중 신제품으로 내놓은 3백mm 웨이퍼용 소터(sprter) 수출을 위해 임원들과 해외마케팅 담당 간부들이 대거 대만으로 건너가 11일부터 상담을 벌일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백mm 웨이퍼 체제에서 3백mm 웨이퍼 체제로 바뀌고 있다.

생산효율이 높아서다.

이 장비는 이런 변화를 선점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

한국과 일본 대만 동남아 시장의 비중이 큰데 이중 대만은 앞으로의 시장선점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임채환 사장은 "대덕단지내 업체들은 역사가 짧아 이제부터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업체가 많다"며 "이에따라 추석에도 쉬지 못하고 마케팅플랜을 짜는 등 일하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홍순영 기협중앙회 조사담당 상무(경제학박사)는 "올해 추석은 작년에 비해 정기보너스를 주는 기업이 늘었지만 경기불안으로 특별상여금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의 불안, 코스닥과 증권거래소시장의 침체로 자금확보와 살아남기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 만큼 흥청망청거리며 연휴를 맞는 업체는 없어졌다는 것.

대신 알뜰하면서 경쟁력강화를 위해 고심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