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인들은 고양이가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 신처럼 숭배했다지만 우리는 예부터 고양이를 악물(惡物)과 영물(靈物)의 양면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붕의 용마루 양끝에 묘두와(猫頭瓦)를 막새로 올린 것은 고양이가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귀신에 놀란 병에는 ''삶은 고양이 즙''을 특효약으로 생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학대를 하면 꼭 앙갚음이나 해코지를 한다고 믿은 것이나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데 이용한 것을 보면 고양이를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이 듣기 싫은 소리를 쉴새없이 주절거리는 것을 ''고양이 앓는 소리''라 하고,표독스럽게 찡그린 얼굴을 ''연기마신 고양이 상''이라고 하는 우리말의 표현도 호감에서 나온 말은 아닌듯 싶다.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는 속담에 이르면 고양이에 대한 우리 인식을 어느정도 짚어볼 수 있다.

쥐를 잘 잡아 ''도둑 잡는 포졸''로 인정받긴 했으나 범을 닮았어도 범이 아닌 이중성을 지녔고 잔인한 육식성에다 야행성인 고양이는 ''음(陰)의 동물''이라고 해서 멀리해야 할 동물의 하나였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남산이 해가 지기만 하면 들고양이들의 무법천지가 된다고 한다.

94년 20여마리, 98년 5백여마리에 불과했으나 최근 1천여마리로 불어난 남산의 야생 고양이가 다람쥐 들쥐 산토끼는 물론 산비둘기 참새 박새 굴뚝새 등 야생조류와 그 알까지 마구 잡아 먹어 무서운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산밑의 주민들도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고양이 등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이다.

들고양이 들개문제는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당국이 수년전부터 퇴치에 나서고 있다지만 줄지 않고 늘기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동물애호단체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먼저 남산 북한산 관악산 고궁 등에 사는 들고양이 수부터 제대로 파악한 뒤 효과적 퇴치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는 국견협회가 진돗개를 동원하겠다고 나섰다지만 또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