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이 벼랑에 서 있다.

전무후무한 대규모 소송위기에 떨고 있다.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보고서를 부실하게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감독당국으로부터 사상 초유의 무더기 징계도 받아야 할 처지다.

전례없는 위기에 처한 회계법인의 실태와 대응책을 시리즈로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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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회계법인인 산동회계법인이 영업정지 조치로 문을 닫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실상 과징금 성격을 띠고 있는 ''감사인지정 제외조치'' 때문에 회계법인의 순위가 바뀌는 업계 재편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전망이다.

외부감사인으로서 기업과 공존공생하던 과거 관례는 이제 말그대로 옛날얘기가 됐다.

과거에는 종종 기업이 분식회계를 통해 돈을 빼돌리는 것을 눈감아주면서 감사수임료를 받아 왔던게 사실이다.

이제는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감독당국의 징계대상이 되고 소액주주와 채권자들의 소송대상이 된다.

22조9천억원 규모의 대우 계열사 분식회계와 부실감사가 밝혀짐에 따라 이를 계기로 ''회계시장의 빅뱅''이 예상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를 받은 산동 안진 안건 삼일 영화회계법인은 모두 ''국내 5대 회계법인''으로 꼽힌다.

이들이 증권선물위원회의 징계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은 ''중징계냐 경징계냐''에 따라 손해배상소송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송이 걸리면 법정에서 일부라도 승소해야 배상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징계조치가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발등의 불이다. 강도는 다르지만 5대 대형 회계법인이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S회계법인 관계자)는 말이 회계법인의 상황을 대변해 준다.

회계법인의 부실감사는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물론 "증권거래법"상 성실공시의무까지 위반한 범법행위다.

이로 인한 소액주주와 채권자들의 피해는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대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선위가 회계법인 징계를 발표하면 그것이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것이 되며 법에 따라 발표후 10년동안 부실감사로 인한 피해자의 민사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우 계열사의 재무제표를 믿고 주식투자를 한 소액주주나 채권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을 회계법인이 피할 길은 없다.

"지난해부터 대우전자의 부실감사를 문제삼아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대우전자 소액주주 윤인섭씨)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입장이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증선위의 징계가 결정되면 해당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이승희 정책부실장)고 밝히고 있다.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는 더 나아가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유태오 한국공인회계사회 기획부장은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는 감사품질관리 계약에 따라 해외제휴선의 검토를 거치며 이와 관련된 손해배상도 공동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해외 제휴선들이 국내에서 철수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회계법인의 위기는 하루 아침에 끝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손해배상 청구금액과 배상범위 책임한도 등을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야 한다.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김종철 영화회계법인 대표)는 이야기는 투명 기업회계 정착을 위한 거센 시련을 상징한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