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g the dog''이라는 영화가 개봉돼 미국의 극장가와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적이 있다.

자신의 성추문에 대한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킨다는 터무니없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성추문 사건에 휘말리고 있던 클린턴 대통령이 아프간과 수단을 폭격한 경우와 너무도 일치하는 상황이었기에 특별한 반향을 일으켰었다.

''A dog wags its tail'' 즉 ''개가 꼬리를 흔들다''는 말은 아주 자연스러운 표현이지만 이를 뒤집어 주어와 동사를 바꾸어 만든 제목 ''Wag the dog'' 즉 ''개를 흔든다''는 상당히 해학적인 의미가 있다.

즉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불합리한 상황,주객이 전도된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정부와 여당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연수취업제'' 폐지와 ''외국인고용허가제'' 도입이 바로 이러한 경우가 아닌가 한다.

우리 나라에는 현재 약 15만명의 외국인이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다.

이들은 관광이나 친지방문 등을 이유로 단기 입국한 뒤 귀국하지 않거나,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후 귀국때 잠적해 버리거나,처음부터 밀입국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경위야 어떠하든 현재 그 주거가 한국이라는 이유로 우리에게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고,일각에서는 그들에게 합법적인 국내 체류자격을 부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도 약 4백30만명의 영세기업 근로자,빌딩관리 및 청소업 등에 종사하는 파견근로자,수십만명의 일용직·계약직 근로자들이 노동3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해 현행 ''연수취업제도''하에서의 외국인 연수생은 산재·의료·체불방지 보증보험 등 각종 복리후생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때문에 동남아와 중국에서는 우리 나라로의 송출을 원해 대기하는 근로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 나라가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한다면 어떻게 우리나라를 선호해 불법으로라도 체류하려는 외국인이 증가하는 것일까.

일단 숨어지내면서 직장을 구한 이들은 자기나라에서보다 적게는 10배,많게는 30배의 급여를 받는다.

이러한 외국인들을 위해 고용허가제를 도입,합법적으로 체류할 근거를 마련해 주고,보상조건을 더욱 개선시켜 준다고 할 때 이 제도가 야기하는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필자는 얼마 전 광복절에 이산가족들의 뜨거운 상봉을 지켜보며 통일의 첫 단계인 남북경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바람직한 경제협력의 모델은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토지·인력을 결합한 형태일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게 되면 북한공단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이 제일 먼저 봉착하게 되는 것은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문제일 것이다.

즉 남한에 체류하는 단순기술의 외국인 노동자들까지도 국내 근로자와 같은 임금을 지급받고 노동3권이 보장된다.

그런데 왜 한 핏줄인 북한 근로자에게는 차등 지급하느냐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은 저임금이라는 대북 투자의 실익이 없어지게 돼 결국 진출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북경협 진전 및 통일에 커다란 장애로 남게 될 것인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인권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법체류의 유인을 제공,인권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며 국내의 인적자원개발 경제 문화 사회 통일부문 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단순기술의 외국인력을 더욱 보호하고 인권 선진국의 명분을 얻는다는 것이 자칫 우리 나라 국민과 북한동포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월등한 일본도 아직 ''기능실습제''라는 우리의 연수취업제와 같은 제도를 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불법체류자들의 인권을 위해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주객전도의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재외동포의 인권문제는 뒤로 한 채,국내 불법체류자의 인권문제에 이와 같이 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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