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스코가 지난달 30일 문을 연 할인점 홈플러스 안산점.

이곳을 처음 찾는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낯설다''는 반응을 보인다.

선반 위에 쌓여 있어야 할 각종 생필품들을 이곳 1층 매장에선 찾아볼 수 없다.

1천3백평에 이르는 널찍한 푸드코트(스넥·식당가)가 판매시설 대신 펼쳐져 있다.

그 옆으로는 어린이 놀이시설,문화센터 등이 자리잡고 있고 시청민원실까지 들어와 있다.

2층에는 가전수리코너,4층에는 병원까지 문을 연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홈플러스 안산점은 더 이상 ''할인점''이 아니다.

''융합된 소비자 욕구''가 한꺼번에 충족될 수 있는 복합공간이자 할인점의 장점인 싼 가격과 백화점의 강점인 쾌적한 쇼핑환경,양질의 고객서비스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유통업태다.

삼성테스코의 이승한 사장은 이를 두고 "안산점은 가치점(Value Store)"이라고 말한다.

유통업계에 ''퓨전(Fusion)''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와 같은 백화점 할인점 패션쇼핑몰 슈퍼마켓 등과 같은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업태파괴,업태융합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 욕구가 복합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제일기획은 최근 전국 소비자조사를 통해 ''21세기 소비자트렌드는 퓨전''이라고 정의했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즐거움(Fun),가치(Utility),안전(Stability),개성(Identity),디지털(On-line) 등으로 복합화되면서 유통업태 자체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화점과 할인점의 영역파괴현상이 대표적이다.

슈퍼마켓도 마찬가지다.

슈퍼마켓의 고정관념은 ''2백∼3백평 규모의 지하점포''였다.

그러나 이제는 5백평 이상의 할인점형 점포들로 바뀌며 속속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LG수퍼마켓 상계점의 경우 대형주차장(1백여대)을 갖추고 매장내에 소비자민원실 패스트푸드점 휴게시설 등을 꾸며놓았다.

할인점 백화점 슈퍼마켓을 혼합한 듯한 매장구성이다.

유통업태간 퓨전화바람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K마트는 셀프서비스 백화점(SSDDS)을 표방함으로써 백화점과 할인점의 장점을 조화시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일본에선 생산 유통 기획을 통합한 SPA라는 신흥 소매업태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유통학회 황의록 회장(아주대,경영학교수)은 "소비자들의 욕구가 즐거움·가치·편리성 추구 등으로 점점 복합화됨에 따라 유통업체도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