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고바이오메디칼(대표 김서곤)은 지난 8월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새내기 회사.

수술기구 등 의료용구를 만들어 2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평범한 기업이다.

그러나 이 회사를 창업해 일군 김서곤(60)회장의 인생역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남들이 먼저 개발한 제품은 절대 안만든다"는 원칙을 갖고 의료용구 국산화에 힘써온 그의 행로는 가시밭길이기도 했다.

성균관대 법정대를 다닌 김 회장이 의료용구와 인연을 맺은 건 1970년 한 의료기 판매회사에 취직하면서 부터.

영업부장으로 수술가위 핀셋 등 외과용 수술기구를 팔던 그는 종로 뒷골목 헌책방에서 우연히 스테인리스 스틸에 관한 외국서적을 접하고 창업을 결심한다.

"이런 소재로 수술용 가위를 만들자"

김 회장은 당장 솔고산업이란 회사를 설립해 직원 1명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쇠톱으로 손수 자르고 갈아 가위 칼 등을 제조해 팔았다.

인기를 끌자 홍보에 나선다.

한데 그게 화근이었다.

''솔고''란 브랜드의 카탈로그를 돌리자 의사들은 "솔고가 국산품이냐"며 주문을 끊었다.

외제에만 길들여져온 의사들이었다.

1982년 부도를 냈다.

그러나 신념을 꺾지 않았다.

''외제보다 훨씬 좋은 제품을 만들자''며 이를 악물었다.

연구개발에 더욱 몰두했다.

86년엔 5억여원을 들여 몸속에 들어가는 생체용 금속(임플란트)개발에 착수했다.

92년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수입품의 벽을 뚫긴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개인적으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고 95년엔 공장화재,회사 셔틀버스 사고 등 악재가 겹쳤다.

좌절하지 않고 국산화에 매달린 김 회장에게 보람은 뜻밖의 곳에서 찾아왔다.

외환위기로 수입품 가격이 크게 오르자 솔고 제품을 찾기 시작한 것.김 회장은 98년초 20억원을 더 투자해 임플란트를 본격 생산했다.

"써보니까 국산도 좋더라"는 소문이 돌면서 작년에만 임플란트로 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솔고바이오메디칼은 의료용구를 미국 일본 등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033)664-1900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