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일반 근로자들 사이의 급여가 갈수록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DC 소재 정책연구소(IPS)는 CEO들의 평균 급여(스톡옵션 포함)가 직원들 평균 급여의 4백75배나 된다고 밝혔다.

이는 20년 전인 1980년의 42배는 물론이고 지난해의 4백19배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절대액으로는 CEO의 평균 급여가 약 14억5천만원인 반면 일반 근로자의 평균 급여는 3천4백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1990년과 비교할 때 CEO들의 연봉은 6.4배 뛴 반면 일반 근로자의 연봉은 1.3배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해당 기업들의 수익이 2.2배로 증가하는 데 그쳤고,모건 스탠리 국제주가지수(MSCI)와 뉴욕증시 S&P500 지수가 똑같이 대략 3배가 된 것과 비교해도 엄청난 것이다.

아울러 영국 주요 기업 CEO들의 급여 대 일반 근로자 급여비율이 35:1이고,일본의 경우 이 비율이 20:1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다.

도대체 미국에서의 이같은 현상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토록 격차가 급속히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미국 근로자들이나 언론,기타 시민단체들은 시위는 커녕 별다른 불평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일까.

<>1백년에 한번 오는 기술혁명기:급여 격차의 심화 이유 첫째는 지금이 바로 과거 증기기관의 발명이나 전기의 발명,그리고 자동차의 발명 등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의 혁신적 기술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라는 데 있다.

이는 1995년 중반까지만 해도 CEO와 근로자들간의 급여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던 점에서도 발견된다.

두 집단 사이의 급여 차이는 인터넷이 본격 등장했던 1995년 중반부터 급속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세기적 기술혁명 시기마다 나타나는 첨단기술 관련주의 급등세가 이번에도 효력을 발휘하며 CEO들의 스톡옵션 가치를 크게 올려놓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나스닥지수는 16배 이상 올랐다.

<>산업구조의 변화:둘째는 부의 창출 근원이 유형물,즉 제조품에서 무형물, 즉 금융 통신 소프트웨어 등이 주축인 서비스로 이전한 때문이다.

1950년 미국 국민총생산의 31%를 차지했던 서비스업 비중은 1980년 46%,그리고 1998년 55%로 상승했다.

이같은 산업구조의 변화는 부 또는 기업의 통제력을 자본가,즉 오너에서 경영자로 이전시켰다.

이로써 CEO들은 주주들보다도 수익분배구조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근로자들의 보수 또한 이로써 종래의 종량제에서 종질제로 바뀌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듯,근로자들의 급여는 종래의 평준화 체제에서 급격히 차별화 체제로 이전했다.

<>경쟁양상의 변화:셋째는 영역이 급속히 파괴되는 가운데 속도를 기반으로 한 경쟁이 심화된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계에선 자동차 메이커가 금융업에 뛰어드는가 하면 컴퓨터 제조업체가 컨설팅업체에 뛰어 드는 등 그야말로 특정 기업의 정체성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영역파괴 바람이 거세다.

만인이 만인의 경쟁자가 된 상황이다.

여기다 기술까지 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기업경영의 최대 덕목은 "선점"과 "속전속결"이다.

투자자와 주주들 또한 단기성과를 기준으로 경영자들을 평가한다.

그러니 최고급 CEO들의 호가가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대신 CEO들의 수명은 날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1984년 10년 이상 CEO로 재직한 사람의 비중은 35%였지만 지금은 이 비중이 그 절반도 안 된다.

지난 8월 미국에서 사직한 민간기업 CEO는 1백18명으로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배가 됐다.

급여가 높아진 만큼 CEO들은 높아진 노동강도 속에서 쉽게 "마모"돼 진부화되고 있는 것이다.

신동욱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