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의 화려한 변신이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둔 금융권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부실은행에서 이제는 당당히 독자생존을 선언하는 은행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 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로부터 2조7천7백19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았다.

그러나 올 6월말에는 잠재손실을 모두 반영하고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23%를 기록했다.

상반기중 순이익도 5백28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3천원대인 조흥은행 주가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만 받는다면 최소한 두배 정도로 뛸 것"(이정조 향영리스크컨설팅 사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금융계에서는 조흥은행의 이같은 경영개선 요인으로 은행경영시스템 개혁과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 워크아웃 작업의 원활한 추진 등을 꼽고 있다.

◆ 경영시스템 개선 =조흥은행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여신실명제를 실시했다.

담당 책임자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다.

고객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이터 웨어하우스 시스템도 최초로 도입했다.

지난 1월달부터는 여신관리본부를 신설하고 위원간 합의를 통해 기업여신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또 작년 12월 신용평가등급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이달부터는 여신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여신상담에서 사후관리까지 총괄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조흥은행은 지난해말 3.46%이던 연체율을 지난 6월말에는 2.96%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 워크아웃으로 전화위복 =워크아웃 기업의 조기정상화가 조흥은행에는 큰 힘이 됐다.

대표적 사례가 아남반도체.

조흥은행은 두 번에 걸쳐 9백80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주식 1천5백40만주로 전환했다.

또 오는 10월께 주당 8천원에 1백65만주를 추가로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조흥은행의 지원과 영업실적 호전으로 아남반도체는 워크아웃에서 졸업했고 조흥은행은 주당 3만5천원에만 팔아도 4천8백억원의 매각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포함, 조흥은행은 올 상반기중 워크아웃 기업여신중 7천58억원을 정상화시키는 성과를 거둬 ''워크아웃''의 장점을 최대로 살린 은행으로 부각되고 있다.

◆ CEO의 경영능력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을 내려 위기속의 은행을 구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다른 은행들은 물론이고 행내에서조차 반대했던 아남반도체 출자전환건을 밀어붙여 성사시킨 것은 그의 추진력을 말해준다.

강원은행과 충북은행 현대종금 등을 합병한 후에도 별다른 조직내부의 잡음없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 것도 그의 지도력을 드러내는 한 사례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도 사석에서 "시중 은행장중 위 행장이 제일 나은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