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 >

최근들어 ''공무원들의 삶의 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직은 더 이상 안정적이거나 노후까지 보장해주는 일터가 아니라는 의식이 공무원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물론 공직만 이러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게 아니라 민간기업 종사자들도 명퇴와 감봉 등의 충격을 함께 겪어왔다.

그러나 종사자의 복지후생을 위해 빠르게 대처해 가는 민간기업과 달리 공직사회는 구조적으로 경직돼 있어 사회의 변화나 구성원 욕구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삶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중앙인사위원회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99년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공무원의 보수수준은 민간기업의 8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가구의 재정상태가 낮다고 인식하는 공무원은 76.7%로 민간기업(58%)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삶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직업·가정·여가생활 등을 비롯한 다양한 차원에서의 주관적 및 객관적 삶의 조건이 향상돼야 한다.

물론 보수도 현실화돼야 한다.

보수는 보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모든 차원의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

이와 함께 승진은 많은 공무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사항으로서 보수와도 직결된 문제이므로 동시에 검토돼야 할 사항이다.

직업생활과 관련,휴가의 시기와 기간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

법적으로 우리나라 공무원은 외국보다는 짧으나 어느 정도 보장된 휴가일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원하는 만큼의 휴가를 다 사용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정해진 기간 이외의 시기에 휴가를 갈 수도 없다.

이는 업무가 과중한 때문도 있지만,제도와는 별도로 행정편의위주로 각종 행사나 업무가 일괄적으로 처리되는 공직사회의 경직성에서 기인하기도 하다.

직장생활과 연관해 생각할 수 있는 사항 중 다른 하나는 부대시설이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근로자의 생산성과 근로의욕은 떨어질 것이다.

도서실 휴게실 쉼터 등 공무원의 욕구를 수렴한 공간을 마련,직원의 복지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직업생활 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직업외적 생활,특히 가정생활의 향상이 필요하다.

현재 공무원들은 대부분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가족들의 불만이 많고 나아가서는 가정생활로부터 소외돼 있다.

가정생활과 직장생활 양자는 충돌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예를 들어 탄력적 근무시간제를 도입해 개인 및 가족의 상황에 맞게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도록 한다.

단 누구나 근무에 임해야 하는 핵심시간대를 정한다.

이로써 개인과 가족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줄 수 있고,가족간의 유대가 강화되며 개인적으로는 여가 및 기타 취미생활을 위해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일터에서의 충분한 보상과 휴식,그리고 가족생활과 직장생활의 조화,여유있는 여가생활 등으로 사기가 제고된 공무원들은 보다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국민에 제공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