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지독점 전재 ]

유럽 대륙은 현재 차세대 이동전화(3G)사업자 선정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독일에서는 3G 라이선스 경매가 총 9백88억 마르크(4백58억5천만달러)라는 높은 낙찰가를 기록하며 종료되기도 했다.

도이체텔레콤의 T-모바일,영국 보다폰이 인수한 독일의 만네스만 모빌풍크 등 총 6개 업체가 낙찰업체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동전화를 통해 인터넷을 즐기고 주식거래를 하고 스포츠뉴스를 듣고 TV를 볼 수 있다는 3G의 잠재성에 대해 투자자들은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유럽 정보통신업체들의 주가와 채권값이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는게 그 단적인 예다.

유럽 정보통신업체들의 주가는 연초보다 평균 25%가량 하락했고 일부 종목의 경우 3월 경신한 최고치에 비해 40% 가까이 떨어졌다.

채권가격 역시 급락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여파로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은 22일 1백억달러어치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연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식 및 채권 투자자들은 3G사업을 추진하면서 유럽 정보통신업체들이 지불해야 할 막대한 자금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3G 라이선스 자체가 고가인데다 새로운 서비스를 운용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지난 6월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정보통신업체들이 3G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총 2천7백억달러가 든다고 산정한 바 있다.

기업들의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채증가는 당연히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무디스와 S&P는 현재 AA수준인 유럽 대형정보통신업체들의 신용등급을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브리티시텔레콤의 경우 A-로, 도이체텔레콤의 경우 BBB+로 큰 폭의 하향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투자등급이 더욱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건스탠리 딘위터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미드는 향후 몇달간 통신업체들이 4백억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할 것으로 추정했다.

공급이 늘어나면 채권수익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기업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이들 기업의 가장 큰 불안요인은 재무상태 악화다.

브리티시텔레콤의 경우 98년말 순부채는 약15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3백억달러로 늘어났다.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이 1백90%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유무선 사업부문의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2002년까지는 3G사업으로부터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재무상태 개선은 당분간 어려운 상태다.

심지어 3G사업이 얼마나 수익을 가져올지에 대한 정확한 예측도 불가능하다.

결국 통신업체들은 이동전화 케이블 인터넷부문 등의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축소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그러나 통신업체들이 자산을 매각한다고 해도 3G사업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통신업체들의 자산이 대부분 전화회사들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매각이 더욱 어려울 수도 있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등에서도 앞으로 3G 라이선스가 진행된다.

대부분 경매가 아닌 미인대회 방식으로 이루어질 예정이어서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3G 시장의 선두주자를 꿈꾸는 기업이라면 여전히 수십억 달러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돈을 누가 댈 것인가.

지금까지 은행들은 기업들이 위급할 때 서슴없이 그들을 도와왔으나 이제는 은행 역시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은 너무나 막대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투자는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정리=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英이코노미스트지 8월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