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개방화 자율화 증권화''라는 세 줄기 거센 바람이 우리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뒤바꿔 놓고 있다.

전환기의 변화는 ''위기와 기회''라는 양면성을 띤다.

IMF 외환위기가 증권산업에 시련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IMF 관리체제 이후 발행·유통시장 모두 양적으로 급팽창한 것 또한 사실이다.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작년의 경우 과거 가장 거래가 활발했던 94년(1백51조2천억원)에 비해서도 2배(3백49조5천억원)가 넘는수준이었다.지난 97∼98년중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자금 조달액은 17조5천억원에 불과했으나 99년엔 41조원까지 늘었다.

97년 말까지만 해도 회사채 발행 잔액은 은행 대출금의 45% 수준에 그쳤으나 올 4월말 현재 은행 대출금의 1.15배에 달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선진화·국제화할수록 직접금융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본다면 아직 미흡하다.

먼저 발행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들 수 있다.

주식시황 악화로 주식발행이 여의찮은 상황에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마저 어려워진다면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다.

증권사들의 국제금융업무를 포함한 도매영업 역량 저하도 문제다.

증권사들이 단기이익에 치중,소매영업에 대한 비중이 크게 늘면서 도매금융부문은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다.

이는 증권사들의 수익구조 다변화의 지연을 의미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M&A중개,자산유동화,국제금융업무 등 부가가치가 높은 유망한 도매금융시장 중 상당부분이 이미 외국증권사에 넘어간 상태다.

이러한 업무는 자본뿐만 아니라 전문인력구성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해 한번 주도권을 놓치면 여간해서 되찾기 힘들다.

또 장기간에 걸쳐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구축한 국제금융업무의 해외시장 거점도 축소해 버려 국제금융업무의 기반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사이버영업에 대한 중복투자도 우려된다.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고 데이트레이딩이 늘어난 결과 국내 주식시장은 세계 1위의 사이버 주식시장으로 성장한 반면,경쟁이 격화되면서 중복 투자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걱정된다.

이미 사이버거래 비중이 60%까지 늘어나 평균 수수료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또 랩 어카운트가 증권사에 허용된다고 하자 대다수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랩 어카운트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연간 주식회전율이 4백67%(99년 거래소 기준)에 달하는 공격적인 시장에서 관리 자산의 연2% 내외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랩 어카운트의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우선 개별 증권사들이 특성에 맞게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자신의 장점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자본이 충분하고 투자여력이 있는 대형사는 투자은행(Investment Bank)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존재하는 증권업의 특성과 외국 금융기관들과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대형 증권사들이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소형사들은 전문화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불필요한 투자를 줄여야 할 것이다.

영업구조 측면에선 소매영업 위주에서 하루빨리 탈피,기업금융 국제영업 자산관리 등 수익원을 다변화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더 높여야 한다.

성과위주의 보수체계는 문제점도 있지만 경영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M&A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발적인 M&A가 활성화될 경우 획일적인 경영과 중복 투자로 빚어진 비효율성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대형사들이 투자은행으로 발전하고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도 M&A는 필요하다.

이렇게 여러 방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면 국내 증권산업은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khh@meritzse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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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럿거스대 경제학석사
△대우증권 부사장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