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물밑에서 논의되던 한·일 자유무역협정에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다.

최근 진념 재정경제부장관은 일본의 부품 및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해 우리경제의 성장추진력을 강화하고 대일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정부가 한·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은 더나아가 다음달 안에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한·일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관한 그동안의 논의에서 거론된 우리측의 이해득실은 분명하다.

일본으로 부터의 투자유치와 기술이전을 통한 국내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이득이라면 대일 무역수지적자 확대와 우리경제의 대일 종속 심화가 예상되는 손실이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해득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언제 어떻게 한·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하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찬반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우리는 전부터 한·일 두나라가 먼저 투자협정을 맺고 여건이 무르익기를 기다린 뒤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일본측의 대한 직접투자가 활발해져 우리측의 대일 무역적자가 중장기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뒤 구조조정을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우리경제의 취약한 체질로는 비록 단기적이라도 대일 자유무역의 충격을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대한 투자확대와 우리의 대일 무역적자 축소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지만 그동안 누적된 막대한 대일 무역적자를 고려할 때 일본쪽이 먼저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본다.

한 예로 올해 우리측의 대일 무역적자는 1백억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해 일본측의 대한 직접투자는 지난 4월말 현재 3억3천5백만달러로 전체의 10%도 안되는 실정이다.

일본측은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묶어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더 나아가 유럽연합(EU)과 맞먹는 경제통합을 이룩하자고 제안하지만 그러자면 먼저 일본시장을 개방해 동아시아로부터의 상품수입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엔화의 국제화가 진전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않고 지금처럼 동아시아권의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아서는 역내 경제통합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재발을 막고 대외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동아시아권의 경제협력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한·일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