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 서울대 교수 / 경제학 >


이번 주는 국민의 정부, 제 1기 평가와 제 2기의 전망이 한경의 지면을 많이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이전과 새 경제팀의 정책기조를 비교한 오형규 기자의 글이다.

경제팀 교체 이후 언론 지상에 이런 저런 주문이 많았다.

그러나 이 글처럼 새 팀의 컬러를 주요 정책이슈에 대한 입장 차이를 중심으로 재미있게 대조한 글은 드문 것 같다.

그 ''입장''이라는 것이 민감한 사안일수록 보일 듯 말 듯하다.

그것을 몇마디 인터뷰와 발언을 갖고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바로 그런 것을 잘 잡아내는게 기자 특유의 ''감각''이란 것인가 보다.

중간평가와 관련해서는 매체 여러 곳에서 심층적으로 다루어졌다.

그런데 한경은 일반 시민에 의한 설문이 갖는 피상성을 지양하고 전문가 집단에 의한 설문조사를 택하여 그 결과를 과감히 수용, 부문별로 상세히 보도했다.

각 부문별 이슈 파악, 평가와 그리고 향후 대안에 대한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일반 독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최경환 전문위원의 경제 부문 평가도 좋았다.

특히 외면적 개혁 성과의 부담이 고스란히 정부부문으로 넘어 왔다는 지적은 외면적 개혁 성과의 기회비용을 잘 짚은 파악이다.

즉 금융부실이 정부부실로 이전되었다든가, 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이었던 재정부문의 건전성 훼손에 대한 경종은 시의적절했다.

또 관련된 글로서는 개혁피로증에 대한 사설이 있었다.

이는 전문가그룹의 중간 평가 결과가 박하게 나온 이유에 관한 것인데, 이를 개혁피로와 연결시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개혁은 이득을 보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손해를 보는 자가 많아서 종종 저항이 따른다.

따라서 확신만 있다면 단기적으로 손해지만 장기적으로 이득이 나눠질 것이라는 논리로 이를 끌고 가는 개혁주도세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 개발독재도 마찬가지다.

네가 오늘 허리띠를 졸라매면 나중에 잘 살 수 있다는 논리로 국민들을 몰고 온 것이다.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이 성장 이데올로기로 한국은 그나마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IMF 위기는 이 개발독재의 폐해를 수술하기 위한 계기를 준 것이고, 이를 위한 개혁은 철저히 시행하려면 개혁독재라도 했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국사회는 어떤 유형의, 또 어떤 목적을 위한 독재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이해관계 정치가 전개되는 사회가 됐다.

''국민의 정부''의 개혁은 처음부터 소수정권이라는 한계 때문에 개혁독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국민의 정부는 집권 초기 국민화합 분위기 조성에 시간을 상당히 보내야 했다.

그래서 현 시점의 성과도 이해관계가 첨예하지 않은 외치(外治)에서 돋보인데 반해 힘겨운 상대가 버티고 있는 내치(內治)에서 떨어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필자는 ''개혁피로''라는 용어가 개혁은 하되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하면 피로해지니 하지 말자는 식의 논리로 쓰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개혁 피로가 의약분업처럼 피로를 넘어 파국을 가져온 것 같은 실수는 현 정권이 아무리 변명하려 한들 할 말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