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 < 아주대 교수 / 환경도시공학 >

IMF를 맞아 위축됐던 건설부문 투자가 아직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건설투자는 국내총생산의 23%를 차지해 왔으나 작년엔 19%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금년 상반기 공사수주실적은 28조원이다.

이는 IMF 이전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남북경협문제와 관련해 크게 기대하고 있는 소위 ''북한 특수(特需)''도 자금사정을 감안하면 막연하기만 하다.

대통령마저 지난주 경제조정회의에서 지방경제와 건설업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활성화 방안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과거에 건설업은 황금알을 낳는 업종이었다.

주택은 분양만 하면 수요가 밀려서 자기 밑천없이 말뚝만 박고 장사를 했다.

또 껑충껑충 오르는 땅값 덕분에 미리 잡아놓은 부동산이 금덩이가 됐다.

재벌들은 자체공사하고 부동산놀이하고 비자금 빼내기 위해 계열 건설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IMF를 거치면서 달라졌다.

1백대 건설회사 중 39개가 결딴이 난 상태다.

금년 상반기동안에도 2백44개 회사가 쓰러지고 10만명의 건설종사자가 일자리를 떠났다.

전반적인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건설경기는 요지부동이다.

건설장비들은 야적장에서 녹슬고 있다.

왜 이럴까.

경제위기의 극복과정에서 국가적인 에너지가 벤처산업 정보산업 방향으로 바뀌었다.

민간부문에선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신규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건설산업을 주도해온 공공부문의 역할이 크게 감소됐다.

해외건설시장마저 얼어붙었다.

건설은 서비스업이다.

생산자서비스로서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성격을 갖고,동시에 고정자산을 축적하는 성격을 갖는다.

이로 인해 개발연대기엔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그리고 그 성장 결과를 국부(國富)형태로 축적하기 위해 건설업이 활기를 띠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도성장의 길을 걸어온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도 건설업의 비중이 높았고,이것이 우리 내수경제의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과연 건설업은 과연 ''한물 지난'' 사양산업인가.

이제는 건설투자를 줄이고 첨단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진국은 이미 국토의 각종 기반시설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사회간접자본도 충실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멀었다.

사회간접자본은 부족하고 주택보급률도 수도권은 고작 70%선이며 전국적으로 약 8백만호가 더 필요하다.

우리는 건설투자를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해야한다.

우리가 투자를 게을리하면 몇년뒤 심각한 주택난 물류난을 겪게 된다.

최근 건설업 위기는 경제상황 탓이기도 하지만 그간 건설인들이 안이하게 공사수주와 과당경쟁에만 몰두해 기술력을 갖춘 건설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자리를 빌려 건설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자.

첫째, SOC(사회간접자본)의 안정적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

금년에도 예산이 빠듯했는데,내년에는 공공부문의 투자가 오히려 줄어든다고 한다.

SOC는 오늘의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도 이용할 터이므로,예산제약이 있으면 민자유치 채권발행 차입금 등의 재원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주택시장의 안정적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

그동안 난개발에 시달려 토지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투자가 위축됐다.

민간택지 확보가 어려워진 만큼 공공부문에서 택지공급을 늘리고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하도록 취득세와 등록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경감해 주어야 한다.

셋째,정부는 건설산업이 갖는 의의와 비중, 그리고 국가산업에 미치는 효과를 감안해 적극적인 투자환경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요즘의 경제정책은 ''재벌 길들이기에 편중''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기업들도 이제 개발연대의 ''집장사''스타일에서 탈피해 시장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지금은 거품시대가 아니다.

건설업도 ''노가다''에서 첨단산업이 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외국에 나가 ''몸 팔고'' 있는데 우리 땅에서도 벡텔 등 외국회사들이 핵심적인 엔지니어링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건설업계도 이번 위기를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