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 우거진 곳에 자는 듯 누웠는 듯/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느냐/잔 잡고 권하는 이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 조선 중기의 유명한 시인 임제(林悌)는 서도병마사로 임명돼 평양으로 가던 중 황진이의 무덤 앞에서 제사를 지내고 이런 시조 한 수를 남겼다.

하지만 이 일이 조정에 알려져 그는 임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파직되고 말았다.

사대부의 체통을 떨어뜨렸다는 것이 이유였다.

서화담의 도학(道學),박연폭포와 함께 송도3절(松都三絶)로 꼽혔다는 명기 황진이의 미색은 임제 뿐만 아니라 당시 생불로 불렸다는 지족(知足)선사까지 파계시켰을 정도로 뛰어났다.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치고 사제관계를 맺은 당대의 석학 서화담 만이 예외였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지낸 한글학자 김두봉(金枓奉)도 개성에 갔다가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가 북어를 차려 놓고 술을 부었던 일이 알려져 조소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것을 그의 숙청과 연결시켜 생각하면 김두봉이 아마 황진이로 인한 최후의 피해자가 아니었나 싶다.

명월(明月)이로 불렸던 황진이는 용모가 출중하고 가창(歌唱)뿐만 아니라 시가에도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생인데다 단명했던 탓인지는 모르지만 수많은 일화와 함께 한시 서너 편과 6수의 시조만 전한다.

유흥업소 관련 한 인터넷 포털 서비스업체가 서울 리틀엔젤스회관에서 오늘 ''미스 황진이 선발대회''를 연다고 한다.

룸 살롱 등에서 일하는 여종업원들 1백여명이 대상이다.

''슈퍼 포르노 모델 선발대회''까지 열리고 있는 판국이니 크게 놀랄 일은 못되지만 이 대회가 음지에만 머물러 있던 종업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 유흥업소 문화를 건전하게 끌어올리겠다는 주최측의 기획의도를 살리는 행사가 될지 의문이다.

거액의 상금과 영화출연이라는 미끼를 던져 놓은 것도 장사속 같아 보여 탐탁지 않다.

여성의 외모를 상업화 한다고 미인대회에 반발해 매년 ''안티 미인선발대회''를 열고 있는 여성계의 분노를 사기에 안성맞춤인 이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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