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낮 12시쯤 서울 삼성동 아셈(ASEM)전시장 그랜드볼룸.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등 20여명의 벤처기업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계를 애타게 보고 있다.

이들은 당초 오전 11시30분부터 ''국회 중소·벤처기업포럼''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총회로 의원들이 늦어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간담회는 ''국회의원 벤처 현장투어''행사의 하나. 의원들은 간담회 후 서울벤처타운 등도 방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의원들의 지각으로 모든 일정이 한시간 이상씩 지연됐고 행사는 구색맞추기에 그쳤다.

이번 투어는 침체된 벤처기업인들의 사기진작을 명분으로 준비됐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금쪽같은 시간만 빼앗은 꼴이 됐다.

한 벤처기업인은 "바쁜데 오라고 해서 갔는데 결국 의원들 생색내기 행사에 들러리만 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요즘들어 가라앉은 벤처업계를 북돋운다며 전시성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중기청과 중진공 등이 개최할 ''벤처기업 전국대회''도 그런 경우다.

이 대회는 원래 오는 10월말께로 예정됐었다.

그러나 최근 갑자기 9월말로 앞당겨졌다.

"벤처에 대한 투자 분위기를 다시 띄우기 위해 정부가 일정을 한달이나 당겼다"(중진공 관계자) 때문에 벤처기업들의 축제장이 돼야 할 벤처전국대회는 졸속으로 열릴 공산이 커졌다.

개막이 한달밖에 안남았는데도 참여업체는 물론 행사일정 등 확정된 게 하나도 없다.

중진공마저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미흡한 게 많다"고 실토할 정도다.

벤처기업 발전엔 사기도,분위기도 중요하다.

그러나 과연 의원들이 테헤란로를 돌며 기업인들의 어깨를 두드려준다고 그들의 사기가 올라갈까.

또 벤처기업을 모아 북치고 장구치며 잔치판을 벌인다고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이 되살아날까.

벤처기업 관계자는 "국회나 정부가 벤처기업들이 과연 뭘 원하는지 헤아려 차분히 정책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진지한 고민과 노력보다는 바람이나 잡고 분위기나 띄우려는 의원들이나 정부야말로 또다른 벤처거품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병석 벤처중기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