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모든 비전향 장기수들과 그 가족들도 앞으로 다 송환되어야 한다"

북한 중앙방송은 24일 오전 6시15분 이같이 보도했다.

장재언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지난 23일 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에 관한 보도였다.

중앙방송에 따르면 북적은 또 비전향 장기수들을 서울~평양간 직항로로 수송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그러나 24일자 조간신문에는 전혀 다른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북측이 63명을 전원 받아들이기로 했으나,가족들과 전향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 담겨 있었다.

직항로 수송에 관한 내용도 빠졌다.

오보에다 부실보도가 겹친 셈이다.

이에 대해 홍양호 통일부 인도지원국장은 이날 "어제(23일) 북측의 전통문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63명을 모두 받기로 통보해왔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또 "송환자의 가족이나 전향자 중 송환희망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부 당국자의 이같은 해명은 여러 모로 설득력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우선 당국자가 북한이 보낸 전통문을 보지 못한 채 언론에 내용을 공개했다는 것은 납득키 어렵다.

남북한은 현재 전통문을 통해 주요 현안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는 상태.자구 하나,토씨 하나로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도 당국자가 전문을 보지 않은 채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고 변명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북측으로부터 전통문을 접수한 이후 누군가가 중요한 정보를 고의로 삭제,왜곡했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전향의사를 철회하고 북송을 요구해온 정순덕·정순택씨와 송환자 가족의 동반송환 여부에 관한 내용은 매우 민감한 현안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에 관한 내용을 왜곡해 전달한 것은 이들에 대한 동정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을만하다.

향후 비전향 장기수 문제에 관한 북측의 태도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부는 대북관계의 투명성을 누차 강조해 왔다.

하지만 통일부는 그 반대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서화동 정치부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