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의 출범으로 금융구조조정이 후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듯 하다.

IMF 구제금융 이후 우리의 금융구조조정은 나름대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책의 혼선 등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필자는 1년 전부터 몇몇 학자들과 함께 금융규제에 관한 독회를 진행해 왔다.

얼마 전 영국의 찰스 구드하트(Charles Goodhart)교수 등이 개발한 ''선진국과 개도국에서의 금융구조조정 사례연구''를 접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1980년대 말의 미국,90년대 초의 일본과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각국, 그리고 80년대와 90년대의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제국이 금융위기를 맞아 금융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미국과 북유럽의 각국, 그리고 칠레가 ''성공사례''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결론만 소개하면, 금융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나라들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이들이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들을 철저하게 준수했다는 것이다.

첫째 원칙은 위험부담(risk taking)으로 ?혜택을 입은 당사자들이 금융구조조정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 주주,후순위채 보유자가 1차적으로 투자손실을 부담하고 대출금을 연체한 차입자에게 공적자금에 의한 우대조치가 부여돼서는 안된다.

둘째 원칙은 위기에 처한 은행들이 위험도가 높은 차입자들에게 신용공여를 연장하거나 연체된 대출금에 대한 미지급 이자를 새로운 신용으로 자본화하는(capitalize)것을 막기 위해,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 원칙의 준수는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들이 금융시스템의 보호라는 공공정책의 우산 아래에서 영업활동을 계속할 때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의 리스크를 감소시킨다.

셋째 원칙은 급격한 인플레를 막으면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금융구조조정계획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정치적 의지(political will)를 고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IMF구제금융 이후 우리의 금융당국은 미증유의 은행퇴출을 감행하는 등 첫째 원칙은 비교적 잘 지켰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부실화한 투신회사의 처리,대우채권의 부분적 지급보장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둘째 원칙에서는 몇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셋째 원칙의 경우 금융위기 초기에는 준수됐으나,한나라당이 제기한 나라 빚 논쟁이후 여야가 금융개혁과 관치금융이라는 판이한 시각차를 보이면서 퇴색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새로 출범한 경제팀은 금융구조조정계획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위의 기본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예상되는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냄으로써 셋째 원칙의 준수를 천명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그리 높지 않다면 공적자금 규모의 적정성에 관한 지나친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1987년 칠레는 국내총생산의 44%를 공적자금으로 조성하여 금융구조조정을 성공으로 이끈 바 있다.

또 미국의 경우 저축대부조합 위기(U.S. Savings and Loan crisis)때 부동산업계의 집요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따로 없이 금융구조조정이 최우선이라는 정치적 의지를 도출하여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이러한 사례들은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셋째 원칙의 준수를 위해서는 여야를 초월하여 금융구조조정을 제1순위로 하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gybkim@mail.chosun.ac.kr

◇필자 약력=

△서울대 상대·대학원 경영학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박사
△미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한국재무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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