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지독점 전재 ]

세계 중앙은행총재 연례회의가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 홀에서 24일 개막됐다.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의 공식의제는 ''세계경제통합''이다.

그러나 그동안 중앙은행장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국제환율과 금리문제였다.

이번 회의에서도 예외는 아닐것 같다.

지금 세계경제는 장밋빛이다.

투자은행인 CSFB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세계경제가 4.4%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88년이후 최고 성장률이다.

현재 세계 인플레이션은 30년만의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경제를 낙관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과열경기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선진국의 경기부진이 올해 완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80년대 들어 처음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물가 상승 압력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유가급등은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다행히 세계자본시장 상황은 지난 10년중 가장 안정돼 있다.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곧 주가가 뛰어올라 금리인상 효과가 상쇄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얼마전 단행된 일본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세계금융상황을 악화시킬 것인가를 놓고 말들이 많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중앙은행의 최우선 임무는 물가안정이다.

일본은 여전히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올 상반기중 0.7% 떨어졌다.

지난 1년반동안 하루짜리 초단기 콜금리가 거의 0%였지만 전반적인 금융상황은 이미 초긴축상태였다.

엔고와 증시침체탓이었다.

기업수익과 투자가 회복됐지만 개인소비는 아직 부진하다.

가격인하 압력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 이유는 ''모럴 해저드''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다.

저금리가 기업과 은행들의 리스트럭처링 의지를 감소시킨다는 게 일본중앙은행의 판단이다.

일본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는 디플레이션 해소여야 한다.

가격하락 요인을 고려하면 실질 금리가 그다지 낮은 것도 아니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재정정책은 완화기조로 돌아선다.

''재정완화와 금융긴축 정책''.이는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의 1백20%를 육박하는 일본으로서는 기형적인 조합이다.

디플레이션 우려등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일본은 금리를 올리고,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은 금리를 동결했다.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금리동결론자들은 미국이 지난 1년여동안 1.75%포인트의 금리를 올렸다는 점을 지적한다.

연착륙을 위한 과열경기 억제책으로는 이 정도 금리인상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 98년 가을 세계금융시장 위기직후와 비교하면 실질금리는 2년전보다 불과 1%포인트 오른 셈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FRB의 다음 행보가 금리인하일 것으로 점친다.

1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의 상반기 생산성증가율에 근거한 예측이다.

물론 생산성 증가는 임금상승을 상쇄하고 단위노동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선진국 최고수준까지 올라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들어 7월까지 평균 3.5%였다.

98년 평균 1.6%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유럽에 비해서도 그렇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연간 인플레억제 목표치는 2%다.

세계 각국이 금리정책을 결정할때 고려하는 요인은 서로 다르다.

그래서 전세계의 동시 금융긴축은 현실화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ECB만이 인플레이션 상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제도가 금융정책에 유용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과연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장들이 유럽의 인플레이션 상한제에서 한 수 배우게 될지를 지켜볼 일이다.

정리=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영국 이코노미스트誌 8월25일자>